'국민타자' 이승엽이 KBO리그와 아시아 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에 도전한 2003년. 대기록 달성이 임박하자 이승엽이 출전하는 경기 외야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홈런공을 차지하려는 '잠자리채 부대'가 생겨났다.
2024년 4월. 와야석이 들끓는 또 하나의 대기록이 예고됐다. '소년 장사' 최정이 이승엽이 갖고 있던 통산 홈런 1위 기록(467개) 경신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최정은 지난 16일 홈(인천 SSG 랜더스필드) KIA 타이거즈전 9회 말 타석에서 동점 투런홈런을 치며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17일 SSG 랜더스필드는 축제였다. 특히 홈런의 홈런 분포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왼쪽 외야석이 그랬다.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정이 1회 말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윌 크로우의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오른쪽 옆구리를 맞고 부상을 당한 것. 최초 검진 결과는 골절상이었지만, 이튿날 재검진에선 타박상 진단이 나왔다.
최정은 한동안 휴식을 취했고,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우천순연되며 공식 기록이 사라졌지만, 1회 초 첫 타석부터 상대 투수 한현희의 변화구를 공략해 좌전 2루타를 쳤다.
24일 사직구장 하늘 위는 맑았다. 전날보다 많은 관중이 입장했다. 하지만 대부분 홈 관중이었다. 원정 내야 응원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그래도 외야석은 대기록 달성을 맞이하려는 야구팬이 많이 찼다. 최정의 타석이 되면 왼쪽 외야로 이동하는 팬들도 많았다.
이날 사직구장을 찾은 야구팬은 대기록 달성 장면을 확인했다. 최정은 SSG가 4-7로 지고 있던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투수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통산 468호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다.
SSG 야구단 마케팅팀은 KBO리그 통산 홈런 신기록 홈런공을 취득하는 야구팬을 위해 푸짐한 상품을 준비했다. 그가 기념구가 된 홈런공을 구단에 양도하면 자회사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의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2024~2025시즌 라이브존 시즌권 2매, 호텔 숙박권 을 받을 수 있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한 남성이었다. SSG 구단 관계자는 "일단 관객분에게 양해를 구해 홈런공을 받아 기념촬영을 했고, 7회 말 이후 그분의 의사를 물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최정의 홈런이 SSG 홈구장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더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다운 환호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관중석에 빈자리는 많았다. 총 입장 관중은 8499명. 하지만 대기록 달성 순간을 즐기려는 야구팬들 덕분에 모처럼 외야가 뜨거운 경기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