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지광은 최근 양말을 무릎 밑까지 노출해 올려 신는 '농군패션'으로 경기에 나선다. 농군패션은 착용감이나 통풍성이 뛰어나 입는 경우도 있지만, 학창시절의 기분으로 돌아가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입기도 한다. 입대 전 긴 바지만 입고 나섰던 최지광의 이런 변화에도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는 "동작(키킹)도 편하고 시원하다"는 이유에서 입는다고 설명했지만, 이내 "사실 제대 후에 다 바꿨다"라고 말했다.
2017년 삼성에 입단한 최지광은 최고 150km/h의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주목을 받으며 구단의 큰 기대를 받았다. 입단 당시 미국에서 활약 중인 오승환의 '21번' 을 배정받을 정도로 그를 향한 기대가 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진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면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이후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상무에서도 2년간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제대 후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초반 상무에서 왼쪽 무릎을 다치면서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6월 전역 후 삼성의 필승조로 낙점됐지만 부상 여파를 온전히 이겨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지광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모든 걸 바꿨다. 그는 "농군패션뿐만 아니라, 글러브, 스파이크, 모자 다 바꿨다"라며 "분위기와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최지광을 향한 기대는 여전하다. 삼성은 올 시즌 김재윤과 임창민, 최성훈, 양현 등 불펜 투수들을 대거 수집했지만, 나이와 체력 면에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우완 정통파 파이어볼러 최지광도 후보 중 하나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때쯤(5월말)이 투수들이 힘에 부칠 시기다. 1군에 올라올 선수들이 빨리 복귀해서 기존 불펜진에 힘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라면서 최지광의 이름을 언급했다.
최지광은 이번 시즌을 잘 준비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정민태 투수코치와 상의 끝에 신무기 스플리터도 장착, 2군에선 강영식 코치의 조언 아래 꾸준히 연마해왔다. 일본의 드라이브라인에도 참가해 공에 힘을 싣는 방법도 배웠다. 시즌 초 광배근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최근 다시 전열에 복귀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삼성 시절 친분을 쌓은 우규민(KT 위즈)과도 계속 연락하면서 조언을 얻고 있다고.
최지광은 "1군 투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데, 빨리 1군에 올라가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