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텐하흐(54·네덜란드)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FA컵 결승전에서 우승하더라도 결과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게 가디언 등 현지의 공통된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한국시간) “맨유 구단이 FA컵 결승전 결과와 상관없이 텐하흐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며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텐하흐 감독과 더 이상 동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디언뿐만 아니라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FA컵 우승과 별개로 텐하흐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맨유의 이같은 결정은 구단 역사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친 것에 대한 조치라는 게 현지 설명이다. 실제 맨유는 이번 시즌 EPL 8위에 머물렀는데, 이는 EPL 출범 이후 맨유 구단 최악의 성적이다. EPL 득실차가 마이너스(-1)에 그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맨유는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 최하위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미 EPL 순위로는 다음 시즌 UEFA 클럽대항전 출전이 무산된 상황. 그나마 25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꺾으면 다음 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다. EPL 역대 최악의 성적 속 FA컵 우승 타이틀이라도 품으면 텐하흐 감독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거란 전망도 일부 나왔으나, 맨유 구단의 결정은 결국 ‘우승해도 경질’이었다.
이로써 텐하흐 감독은 사실상 자신의 경질 결말을 알고 FA컵 결승전을 준비하게 됐다. FA컵 우승을 통해 유종의 미라도 거두겠다는 의지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맨유 사령탑으로서 동기부여를 완전히 잃은 채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맨유 구단은 이미 지난 2016년에도 FA컵 우승 직후 루이스 판할 감독을 경질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판할 감독과 텐하흐 감독 모두 네덜란드 국적 감독이다.
텐하흐 감독의 후임 감독 후보군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 역시 텐하흐 감독과 맨유 구단의 동행에 마침표가 찍힐 거라는 전망과 맞물려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첼시 감독을 비롯해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 키어런 맥케나 입스위치 타운(2부) 감독 등이 거론된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시즌 팀의 부진으로 인해 텐하흐 감독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고 있다. 맨시티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킨다면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지만, 맨유 구단은 이 한 경기만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헬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이나 맥케나 감독과도 이미 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텐하흐 감독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질문에 "구단 측과 예정된 회담은 없다. 일요일에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