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25·두산 베어스)이 돌아왔다. '빈'자리가 컸던 만큼 다시 채운 무게감 역시 묵직했다.
곽빈은 지난 28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6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82구만 던진 그는 이날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결과 이상으로 돋보인 게 구위다. 곽빈은 1군 말소 전 2경기에서 직구 평균 147.1㎞/h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직구 피안타율이 0.438에 달했고, 평균자책점도 11.57을 찍었다. 이승엽 감독은 체력 문제로 진단했고, 곽빈에게 열흘 간의 휴식을 줬다.
휴식을 준 보람은 확실했다. 28일 경기에서 곽빈의 직구 평균 구속은 스포츠투아이 기준 149.4㎞/h가 찍혔다. 트랙맨으로 기록된 최고 구속은 무려 155㎞/h.
지난 29일 본지와 만난 곽빈은 "부진한 기간 몸무게가 스프링캠프 대비 6㎏이나 빠져 있었다. 좋았을 때 구위가 10이라면 그땐 6"이라며 "공을 던지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계속 안타를 맞을 것 같고, 상대를 구위로 못 누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곽빈은 "지난해까진 살이 잘 안 빠지고 유지가 됐는데 올해 유독 체중 감소가 심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에 야식까지 챙겨 먹으며 적정 수준까진 몸무게를 회복했다"고 전했다.
곽빈은 처음엔 쉬고 싶지 않아했다. 커리어 동안 아직 긴 이닝 소화를 해보지 못했던 탓이다. 커리어 통틀어 규정이닝은 2022년(147과 3분의 2이닝)이 전부였다. 2021년부터 선발을 돌았으나 매년 잔부상이 있었고, 지난해 커리어하이(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를 기록했으나 역시 127과 3분의 1이닝 소화에 그쳤다.
곽빈은 "책임감도 있지만, 앞으로도 분명 체력이 떨어질 때가 올 거로 생각했다. 그때마다 쉰다면 내게 발전이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한 번 이겨내고 싶었다. 규정 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감독님께서 쉬라고 해주셨으니 잠시 다녀왔는데, 이것도 (효과가 있으니) 방법 같다"고 전했다.
곽빈은 이제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두 차례 더 등판한다. 두산 선발진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최근 호투하다 왼쪽 견갑하근 부분 손상을 입고 말소됐다. 최소 3주 이탈이 확정된 상황에서 라울 알칸타라도 아직 투구 내용이 부진하다.
곽빈은 "팀이 순위 싸움 중이라 매 경기가 소중하다"며 "로테이션 순서 상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내가 던지게 됐다. 내 승패와 상관없이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
2021년 선발진에 합류했고, 지난해 첫 10승도 달성했다. 곽빈은 이제 자타공인 두산의 에이스다. 하지만 곽빈은 "난 아직 에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래도 에이스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맞다. 그러니 이제 어떤 고비든 이겨내야 한다"며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잘한다고 들뜨지도 않겠다. 그런 무게감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