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라고 얘기했는데..." 전경기 출장 레이예스, 김태형 감독이 꼽은 전반기 MVP
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반등 가속도가 붙은 채 마무리를 앞둔 전반기를 돌아봤다. 가장 고마운 선수, 칭찬하고 싶은 선수로 외국인 타자를 꼽았다.
롯데는 5월까지 리그 10위였다. 3월 치른 7경기에서 6패를 당했고, 4월도 승률 9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부터 젊은 타자들이 살아나며 상승세를 탔고, 명확한 주전 라인업을 구축한 6월엔 승률 1위(0.607)를 기록했다. 역대급 순위 경쟁 속에 5위(SSG 랜더스)와 3경기 차로 좁히며 7월을 맞이했다.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8-13으로 패하며 6연승에 실패했지만, 초반 화력은 여전했다.
롯데는 이전까지 주전급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황성빈(외야수) 고승민·손호영·박승욱·나승엽(이상 내야수)이 차례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특정 선수를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경험이 쌓이며 안정세에 접어든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전반기 으뜸을 꼽아달라는 물음엔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30)를 꼽았다.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고 8년 동안 감독을 맡았고, 계약 종료 뒤 1년(2023) 동안 해설 위원 활동을 한 뒤 다시 롯데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전엔 배터리·수석코치를 두루 맡았다. 그사이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경험했다.
외국인 선수를 향한 김 감독의 평가는 대체로 비즈니스 관계에 기인했다. 국내 선수보다 많은 돈을 받고 왔으니, 그만큼 결과를 내야 한다는 속내가 읽혔다. 그런 외국인 선수가 꾀를 부리면 냉정하게 대했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일까. 김태형 감독이 레이예스를 전반기 MVP로 뽑은 건 흥미를 자아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잘 했다. 6월까지 출전한 78경기에서 타율 0.349(307타수 107안타)·7홈런·67타점·42득점·장타율 0.502·출루율 0.386를 기록했다. 타율 부문 3위, 안타 2위, 타점 4위였다. 득점권에 100타석 이상 타선 리그 타자 중 세 번째로 높은 타율(0.413)을 기록하기도 했다. 팀이 치른 전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초반부터 꾸준히 잘 해줬다. 외국인 선수가 전 경기를 그렇게 열심히 뛰는 게 쉽지 않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성적도 좋지만, 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연달아 이탈하는 상황에서도 라인업을 지켰다. 몸 관리를 잘 하고 책임감도 있는 외국인 선수라고 판단한 모양새다. 실제로 이 말을 하는 김태형 감독에 묻어난 표정이 그랬다.
김태형 감독은 "보통 전반기 MVP를 뽑아달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항상 나라고 얘기했다. 특별히 누구를 꼽는 건 좀 그렇다"라고 했다. 원래 칭찬에 인색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특정 선수를 치켜세우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런 김태형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꼽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