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은 2000년대 후반까지 '복식 강국'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획득한 올림픽 메달 20개(금6·은7·동7) 중 17개가 복식에서 나왔다.
2010년대부터는 침체기였다.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두 종목에서 활약하던 이용대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국제대회에서 고전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이용대-김효정 조) 이후 올림픽 금메달도 없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여자복식에 출전하는 이소희(30·인천국제공항)-백하나(24·MG새마을금고) 조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2022년 10월부터 호흡을 맞춘 두 선수는 1년 만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 2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은메달, 12월 열린 BWF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도 2위에 올랐다. 원래 이 종목 간판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소영과 공희용, '킴콩' 듀오였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소희-백하나 조의 위상이 달라졌다.
올해는 '준우승 징크스'도 털어냈다. 지난해 7번이나 2위에 그친 이소희-백하나 조는 지난 3월 열린 전영오픈에서 마쓰야마 나미-시다 지하루(일본) 조를 꺾고 비로소 정상에 올랐다. 이후 4월 아시아선수권, 6월 인도네시아 오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백하나는 "지난해는 결승에 가도 괜히 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올해 중요한 대회(파리 올림픽)를 앞두고 안 좋은 흐름을 끊어내 기쁘다"라고 했다. 이소희도 "'우리가 고기(우승)를 먹을 줄 모르나'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오른 결승(전영오픈)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이소희-백하나 조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가 있다. 가장 최근 출전했던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중국) 조에 게임 스코어 2-0(21-17, 21-13)으로 완승했기 때문이다. 이전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등 통산 상대 전적이 2승 5패로 밀려 있었지만, '올림픽 리허설'이었던 대회에선 압도했다. 지난해 항저우 AG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며 이번 파리 올림픽 맞대결 승리 기대감도 높였다.
이소희는 "올림픽 결승에서 붙게 되면 인도네시아 오픈에서의 경험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천칭천-자이판 조를 상대로) 공략법을 찾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겨봤다는 것 자체로 큰 수확이다.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이소희는 올해로 대표팀 경력 10년 차 베테랑이다. 백하나는 김학균 대표팀 총감독이 세대교체 주자라고 소개한 신성. 이소희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백하나의 파워 있는 스매싱이 조화를 조화를 이루는 팀이다. 이소희는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백)하나를 보며 나도 힘을 얻는다"라고 했다.
백하나도 "처음에는 각자 강점이 강화하는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소희 언니한테 기본기, 멘털 관리법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어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이소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앞선 두 대회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소희는 "모든 선수에게 메달 획득이 간절할 것 같다. 나도 그렇다"라면서도 "중국(천칭천-자이판) 조뿐 아니라 모든 조가 메달을 두고 경쟁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백하나도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난 뒤 진심으로 '고생했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