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23·강원도청)이 한국 수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동안 박태환만 이뤘던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 영예를 안았다. 올림픽 시상대에 한국 선수가 오른 건 무려 1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오직 박태환뿐이었던 한국 수영 역사에 김우민의 이름이 새로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김우민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제일 위에 서고 싶다는 당찬 목표까지는 이루지 못했어도, 한국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성과였다.
반전이 더해졌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김우민은 오전에 열린 예선에선 3분45초대 기록에 머물렀다. 8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을 7번째로 가까스로 따냈다. 자칫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기록이었다. 이날 그의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뀐 이유이기도 했다.
결승에서는 달랐다. 예선 부진 탓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1번 레인을 배정받고도, 스타트부터 꾸준히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예선 전체 1위 4번 레인의 루카스 마르텐스(독일)와 1번 레인 김우민이 350m까지 치열한 선두 경합을 벌이는 구도였다. 마지막 50m 구간에선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의 막판 추격에 2위 자리를 내줬으나, 새뮤얼 쇼트(호주)를 0.14초 차로 따돌리고 세 번째로 빨리 터치패드를 찍었다.
가파르게 이어온 상승세를 기어코 올림픽 메달이라는 결실로 맺었다. 그동안 황선우에 가렸던 김우민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을 통해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박태환 이후 13년 만이자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세계 챔피언’이 됐다. 3분45초대였던 개인 기록도 올림픽 직전 3분42초42까지 줄였다.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한 기세를 결국 올림픽 무대까지 이어갔다.
한구 수영이 오랫동안 박태환 그늘에 가렸다는 점에서 그가 새로운 장을 연 건 그 의미가 더욱 컸다. 김우민 이전까지 한국 수영이 올림픽 무대에서 딴 메달은 4개였는데, 모두 박태환이 땄다. 박태환의 뒤를 이을 주자의 부재는 오랫동안 한국 수영의 숙제였는데, 그 한을 김우민이 12년 만에 풀었다. 박태환 SBS 해설위원도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감회가 새롭다. 긴장이 많이 됐을 텐데 잘 이겨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박수를 보냈다.
황금 세대로 불리는 수영 대표팀의 파리 올림픽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김우민이 자유형 400m 메달에 특히 욕심을 냈던 것 역시 수영 대표팀 전반에 걸쳐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우민은 “마지막 턴을 하고 난 뒤에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고 참고 잘 이겨낸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수영의 좋은 스타트다.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것이다. 다른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 또 하나의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