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가을야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에이스 류현진(37)이 가장 앞에 서 있다.
한화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두산과 주말 3연전을 모두 이겼다. 2005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렸던 청주 두산전 이후 19년, 7020일 만의 두산 3연전 스윕승이다.
류현진이 만든 승리였다. 25일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1홈런) 1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8승(7패)을 수확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넉넉치 않았고, 필승조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때였다. 류현진은 긴 이닝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아 팀 승리와 불펜 휴식 모두 가져왔다.
투구 내용은 한결 같았다. 최고 149㎞/h의 직구는 완급 조절을 하며 던졌고, 싱커(25구) 체인지업(20구) 커터(10구) 커브(8구) 슬라이더(4구)가 고루 기록됐다. 힘으로 누르기보단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찔러 범타를 유도했고, 7회 위기가 오자 '기어'를 올려 힘으로 삼진을 잡고 리드를 자력으로 지켜냈다.
특히 7회 2사 마지막 양의지 상대 타석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두산의 최고 타자이자 류현진과는 각별한 동갑내기 친구인 그는 이날 선발 출장하지 않았다가 주자 1·2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섰다. 힘으로 붙는 대신 수 싸움에 능한 투수와 타자의 맞대결. 2볼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고, 마지막에 웃은 건 류현진이었다. 몸쪽으로 파고들며 떨어지는 커터에 양의지가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양의지를 상대로 주 무기 체인지업은 단 1구도 없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7회 양의지를 만났던 데 대해 "포수 사인대로 던졌다. (최)재훈이가 볼배합을 워낙 잘해줬다. 재훈이를 믿었다"고 공을 전했다. "양의지가 체인지업을 생각하지 않았겠나"라는 질문엔 "포수가 좋은 사인을 줬다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던졌다"고 전했다.
에이스답게 7이닝을 소화했지만,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에이스로서 부담감 같은 건 없다. 그저 선발 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만 하자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며 "선발 투수라면 그에 맞는 투구 수는 채워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100구 이상도 던졌겠지만, 오늘도 95구로 투구 수 관리가 잘 됐다. 선발 투수이니 길게 던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19년 만의 두산전 스윕도 의미가 있지만, 가을야구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온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화는 8월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류현진도 최근 3경기에서 18과 3분의 1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0.98)을 기록하며 승부처에서 에이스의 면모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25일 승리에 대해서도 "두산전 스윕보다는 순위 경쟁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는 "순위 싸움 중에 승리한 게 가장 큰 것 같다. 채은성과 안치홍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더 힘을 합쳐서 달리고 있어서 정말 좋다"고 기뻐했다.
류현진은 "한화가 최근 몇 년 동안 못 했던 것을 하고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매 경기 집중하고 있다. 어린 선수부터 베테랑까지 모두 매 경기, 매 이닝 집중하는 게 정말 보기 좋다"고 전했다. 그는 또 "후배들이 알아서 잘 해주고 있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가지고 하자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시즌 중 1위도, 최하위도 경험해봤다. 시즌 중 감독도 교체됐다. 선수단이 표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는 포스트시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제 시즌이 몇 경기 남지 않았는데, 다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고 스스로 다짐한 류현진은 "야수는 보이지 않는 실책 하나가, 투수는 볼넷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생각대로 경기들을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