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황인범(28)이 이적시장 막바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시즌 만에 세르비아 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혔던 그가, 이번에는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예노르트는 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 및 공식 채널 등을 통해 “구단은 중원 보강을 위해 한국인 미드필더 황인범을 영입했다. 세르비아 챔피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온 황인범은 2028년까지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라고 밝혔다.
구단은 황인범에 대해 “평소 주변 팀원들을 잘 챙기는 선수로 알려진 그는 대전하나시티즌 유스 출신으로, 2015년에는 18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뒤 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가 됐다”면서 “그는 이후 벤쿠버 화이트캡스(미국) 루빈 카잔(러시아)을 거쳐 그리스 최고 클럽 오림피아코스에 입단했다. 당시 그리스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도 꼽혀싿. 2023년 9월 즈베즈다에서도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전 페예노르트 선수였던 우로시 스파이치의 결정적인 골을 어시스트한 황인범의 활약으로 즈베즈다의 우승컵을 이끈 이 한국인 미드필더는 지난 시즌 세르비아 리그 최우수 선수(MVP)”라고 소개혔다.
한편 구단에 따르면 황인범은 아직 이적 절차가 남아 있어 경기에 출전하진 않는다. 등번호는 4번이 될 예정이다. 마침 9월 A매치가 있어, 본격적인 네덜란드 리그 데뷔는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황인범은 구단을 통해 “페예노르트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팀 동료 우로시 스파이치는 내가 페예노르트로 가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줬다. 페예노르트는 내가 지금까지 뛴 클럽 중 가장 큰 구단”이라며 “유럽에서 가장 큰 클럽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홈 경기마다 경기장이 꽉 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팬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길고 긴 이적 사가에 마침표가 찍혔다. 황인범은 지난 2023~24시즌을 앞두고 즈베즈다에 합류하며 유럽 커리어를 이어갔다. 세르비아 무대 합류 첫해에 감독·주장 선정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이미 눈도장을 찍었다. 당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선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도 찍었다.
화려한 활약을 남긴 황인범은 여름 이적시장 내내 이적설에 이름을 올렸는데, 좀처럼 행선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달 29일이었다. 당시 황인범은 같은 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2024~25 UCL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보되/글림트(노르웨이)를 2-0으로 꺾는 데 기여했다. 직후 현지 매체는 “앞으로 3일간 이적시장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한 황인범의 발언을 전했다.
당시 세르비아 현지 매체는 “즈베즈다가 빠르게 반응했다. 황인범은 확실히 즈베즈다에 남을 것이며, 이번 시즌 즈베즈다와 함께 UCL을 뛰고 싶은 그의 소원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리그들의 이적시장이 끝나는 시점까지 그의 행선지를 두고 여러 이적설이 오갔다. 하지만 마감일이 다가오자, 네덜란드 리그로 행선지가 좁혀졌다. 특히 명문 클럽 중 하나인 아약스가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공식 제안은 페예노르트에서 먼저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 매체는 황인범 대신 윙어 보강이 더 현실적인 제안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 즈베즈다와 페예노르트의 합의 소식이 네덜란드 매체 ‘1908’을 통해 전해졌다.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뒀다는 보도도 이어졌는데, 이날 끝내 오피셜이 나왔다. 매체는 황인범을 과거 페예노르트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오르쿤 쾨크취(벤피카)와 유사하다는 내부 평가를 전하면서 “장기적으로 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페예노르트는 과거 한국인 선수들이 활약하며 팬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구단 중 하나다. 과거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송종국, 이천수, 김남일이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 리그를 누빈 기억이 있다. 황인범이 이들에 이어 한국인 네 번째로 페예노르트에 입성하게 됐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하며 UCL 본선 무대를 확정했다. 2024~25 UCL에선 레버쿠젠(독일) 지로나(스페인) 벤피카(포르투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스파르타 프라하(체코) 바이에른 뮌헨(독일) 릴(프랑스)과 조별리그 경기를 소화한다. 황인범 입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맨시티와 만나게 됐다. 이어 ‘1996년생 절친’ 김민재와 함께 맞상대할 기회도 생겼다.
한편 황인범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승선, 오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