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신입생' 투수 최원태는 어느 한 선수와의 호흡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바로 서울고 후배 내야수 이재현이다.
이번 비시즌 4년 최대총액 70억원에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최원태는 구단으로부터 임무를 하나 부여 받았다. 바로 '땅볼 유도'다. 이를 위해 최원태는 이적 후 미국으로 이동, 야구 전문 프로그램 시설인 CSP(Cressey Sports Performance)에 다녀와 땅볼 유도에 적합한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는 데 힘썼다.
삼성과 최원태가 '땅볼 유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당연하다. 삼성의 홈 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자친화구장이다. 투수로선 피홈런을 줄이기 위해선 뜬공보단 땅볼을 유도하는 게 유리하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령 괌으로 떠난 최원태(오른쪽). 삼성 제공
게다가 삼성은 지난해 리그 최소 실책 1위 팀(81개)이다. 내야 실책 개수도 52개로, 52개로 리그 최소다. 투수로선 든든하다. 땅볼을 유도하면 내야수들이 막아줄 거란 확신이 있기에 최원태는 마음껏 투심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야진의 중심엔 이재현이 있다. 데뷔하자마자 수비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이재현은 박진만 감독과 손주인 수비코치의 지옥훈련을 거쳐 리그 최고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는 야수로 성장했다. 이런 이재현이 뒤에 있으니 최원태는 더 든든할 만하다.
최원태도 이재현을 향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최원태는 "(이)재현이가 고등학교 후배라 타구를 더 잘 잡아줄 거라 믿는다"라고 웃으며 "실책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못할 때가 있을 수 있으니"라며 후배를 격려하고 그와의 호흡을 기대했다.
삼성 심재훈-이재현. 삼성 제공
최원태뿐만 아니라 이재현과의 호흡을 기대하는 이는 또 있다. 삼성의 2025시즌 2라운더 신인 심재훈이다. 심재훈은 중장거리 주전 내야수로의 성장 기대치가 큰 기대주로, 주전 2루수로서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심재훈의 롤모델이 바로 이재현이다. 심재훈은 "이재현 선배님이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수비하시는 모습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타도 많이 치시는 파워툴도 배우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22일 괌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서 만난 이재현은 "(심재훈이) 예의상 같은 팀 선배를 롤모델로 뽑은 것 같다"라면서도 "축구 게임 한 판 해봤다. 못하더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미 게임도 하고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될 정도로 비시즌 동안 이재현이 후배를 잘 챙긴 것으로 보인다.
심재훈은 이번 괌 스프링캠프에서 이재현과 같은 방을 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이어지는 박진만표 지옥훈련도 계속 된다. 롤모델부터 1군 훈련까지, 심재훈에겐 큰 성장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삼성 이재현. 삼성 제공
이재현 역시 이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지난겨울 최원태에 앞서 미국 CSP로 이동, 타격 훈련에 매진했던 이재현이지만 타격보단 수비에 더 중점을 두고 캠프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재현은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 수비에서 실수를 해서는 안되기에, 캠프에서 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손주인 코치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