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베테랑 타자' 박해민(34·LG)과 '신예 투수' 김태경(24·NC)이 신경전을 벌인 결과였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시범경기 4회 말 1사 1루.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박해민은 김태경이 두 번째 공을 던지기 전에 타격 준비를 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좌타자 박해민의 고개는 마운드가 아닌 3루측 NC 더그아웃을 향했다. 이 순간 김태경이 공을 던지려고 하자 박종철 구심이 '타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김태경의 손을 떠난 공은 박해민의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사진=중계 화면 캡처 박해민은 NC 포수 김형준에게 불만을 표현했다. 박종철 구심은 박해민에 이어 김태경에게 주의를 줬다. 잠시 후 박해민이 "왜 던지는데"라고 말하며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심판진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범경기 벤치 클리어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승부가 과열돼서가 아니라, 올해 도입된 피치클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규정에 따라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시엔 25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또한 타자는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타석당 타임아웃은 두 번 요청할 수 있다. 위반 시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박해민은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투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이 날아왔다. 자칫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감정이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김태경은 "곁눈질로 (피치클록) 타이머를 보면서 투구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타자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해 공을 던졌다"고 맞섰다. 박해민은 이후 김태경과 9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NC는 곧바로 투수를 김민규로 교체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선 LG가 3-0으로 이겼다. LG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두 차례 시범경기 합계 9와 3분의 1이닝 1실점(0자책)으로 호투했다.
이날 에르난데스 투구의 유일한 옥에 티는 헤드샷이었다. 0-0이던 3회 말 2사 1루에서 박민우에게 던진 시속 138㎞ 커터가 헬멧을 강타했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던 박민우는 대주자 서호철로 교체됐다.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은 결과 큰 부상이 발견 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