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코치로 전영 오픈에 합류한 이용대(가운데)가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서승재(오른쪽), 김원호(왼쪽)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IS포토 영광을 누린 무대에 지도자로 섰다. '배드민턴 레전드' 이용대(37)는 자신을 이어 쾌거를 이룬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전영 오픈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이 18일 유럽 원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대표팀은 안세영이 여자단식, 서승재·김원호 조가 남자복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은 2023년에 이어 이 대회 왕좌에 다시 올랐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2012년 이용대·정재성 조에 이어 13년 만에 한국에 이 대회 금메달을 안겼다.
쾌커를 이루는 데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이용대다. 대표팀은 김학균 전 총감독 등 국내 코치진이 재계약에 실패한 뒤 새 스태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실업팀 코치들이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는데 '복식 레전드' 이용대도 임시 코치로 이번 유럽 원정에 합류했다.
취재진 앞에 선 이용대는 "남자복식이 꼭 전영 오픈에서 다시 우승을 하길 바랐는데, 마침 내가 합류한 대회에서 후배(서승재·김원호)들이 해냈다. 두 선수가 워낙 잘 했다. 그저 나는 (대회를 치를 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을 뿐"이라고 했다. 김원호는 이용대의 지원에 대해 "워낙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으신가. 중요한 포인트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라고 귀띔했다.
정식 코치를 맡은 건 아니었지만, 이용대는 지도자가 얼마나 힘든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쉽지 않더라. 항상 잘 했던 여자복식 조가 탈락했을 때, 내가 졌을 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다. 남자복식 조는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해냈을 때는 역시 내가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라며 웃었다.
현재 대표팀 총감독과 일부 코치직은 공석이다. 이용대가 정식으로 지도자를 걸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는 "이번에는 파견 지도자였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진심으로 (코치 지원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용대는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뛴 뒤 스포츠계 대표 스타로 올라섰다. 남자복식에서도 오랜 시간 랭킹 1위를 지켰다.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후에도 소속팀 요넥스에서 플레잉 코치를 하며 후진 양상과 배드민턴 전도사로 활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내홍을 치른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뿐 아니라 서승재·김원호까지 가장 권위 있는 대회(전영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부흥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사랑받은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까지 대표팀의 선전에 힘을 보태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