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4695 배터리와 21700 배터리. 금양 제공 한때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했던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24일 금양은 지난 21일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감사인의 '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금양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는 동시에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1978년 설립 후 발포제와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온 금양은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관련주 투자 열풍을 이끌었다. 2023년 7월 26일 금양 주가는 장중 19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회사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금양의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씨는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이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회사의 위기가 시작됐다. 금양은 몽골과 콩고 광산에 투자하고 부산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들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이차전지 업황이 악화한 상태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은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금양은 지난 2월 유상증자를 철회해야 했다. 거래소는 공시번복을 이유로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고, 벌점 누적에 따라 관리종목으로도 지정했다.
앞서 금양은 몽골 광산의 실적 추정치를 부풀렸다는 논란 끝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벌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애초 4000억원대와 1600억원대로 추정했던 몽골 광산의 매출 및 영업이익 추정치를 불과 1년여 만에 각각 66억원, 13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 이유다.
결국 코스피200 지수에서도 퇴출된 금양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 주가가 9900원으로, 2023년 7월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 94.9% 폭락했다. 시총도 63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최종 상장폐지까지는 금양의 이의 신청과, 기업 개선 계획에 대한 거래소 심사 과정 등이 남아있지만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양은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실이 56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부채 총계는 전년도 4569억원에서 지난해 762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개발한 '꿈의 이차전지'라는 '4695 배터리'도 아직 뚜렷한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한울회계법인은 이번에 금양에 대해 '의견 거절' 감사 의견을 내면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