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발매된 ‘이소은 시선 – 노츠 온 어 포엠’은 ‘키친’, ‘서방님’, ‘기적’ 등으로 사랑받은 이소은이 20년 공백을 깨고 내놓은 따끈한 새 앨범이다. 시 노래, 동요 작곡가 레마(본명 김은선)와 컬래버레이션 한 작품으로, 동시집 ‘나의 작은 거인에게’에 수록된 열두 편의 시가 이소은 특유의 감성과 음색으로 재해석돼 생동감 있게 담겼다.
1번 트랙 ‘컴퍼스’부터 범상치 않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선 자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노래한 이 곡은 ‘동그라미 동그으라미 크기가 달라도’로 시작되는 가사 안에 컴퍼스의 단순한 작동 원리를 적어내렸을 뿐인데 놀랍게도 그 안에 인생이, 인생의 배움이 담겨 있다. 여전히 청아한 이소은의 목소리에 더해진, 그의 다섯 살 난 딸과 사촌 조카의 합창소리가 따뜻함을 준다.
2번 트랙 ‘씨앗’은 어떤 열매가 나올 지 모르는 씨앗에 대한 희망 어린 감상을 노래한다.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에 푹 빠져들어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3번 트랙은 고단한 삶에 치여 학교에 가지 못한 할머니가 손녀딸의 입학식 날 처음 책가방을 멘 모습을 그린 ‘등굣길’로, 보편적 감성의 울림에 홍진호의 첼로 연주가 더해져 뭉클함을 더한다.
이외에도 해변을 들락하는 파도의 촤르르 쏴아 소리를 노래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파도와 노래’, 빨간 사과가 되고 싶은 풋사과의 마음을 담은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 언젠가 나무 곁에 다다르고 싶은 롤빵의 마음을 노래한 ‘롤빵’, 비둘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예외 없이’를 비롯해 ‘예쁜 편지지를 봤어’, ‘덤프트럭’, ‘이름 쓰기’, ‘나의 작은 성냥갑 속에는’, ‘비파나무의 집’ 등 주옥 같은 명곡이 가득하다. 이소은이 직접 쓴 영어가사로 된 영어 버전도 4곡 수록됐다.
이소은의 다정하고도 맑은 음색과 아름다운 시어에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소재에서 깊은 인생의 정수를 끌어올린 곡들의 향연에, 세상의 소음에 찌든 귀는 물론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소은은 레마 작곡가와 공동 프로듀싱에 나서 작업에 열성을 다했다. 여기에 크로스오버 밴드 두 번째 달 멤버 최진경, 프로듀서 양시온, 블루스 & 재즈 피아니스트 남메아리, 프로듀서 이기현이 편곡으로 참여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완성했다. 시가 노래가 되어 다른 누구도 아닌, 이소은의 음성으로 불려지면서 더 큰 힘을 얻는 듯 하다.
긴 공백에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이소은의 더욱 깊어진 음악성에 원작 시가 지닌 따스한 시선,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음악 세계가 조화를 이뤄 완성된 명작, ‘이소은 시선 – 노츠 온 어 포엠’ 수록곡 전 곡은 오는 30일 이화여대 영산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헬로 어게인, 어게인.’에서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