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신’ (사진=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처) “일단 해.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닥터신’ 중)
대사 한 줄부터 존재감이 드러나니 과연 ‘대모’다. ‘피비’ 임성한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닥터신’을 선보인다. ‘뇌 체인지’라는 심상치 않은 소재와 젊은 신인들을 주연으로 턱 앉힌 행보가 “역시 격을 파괴한다”는 평을 끌어내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오는 14일 첫 방송하는 TV조선 주말 미니시리즈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하루아침에 뇌가 망가져 영혼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그린다. 임성한 작가의 ‘아씨 두리안’(2023) 이후 복귀작이다. 그가 필명 ‘피비’로 새 출발 했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2021~2022)의 이승훈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닥터신’은 임성한 작가가 처음 도전하는 메디컬 스릴러 장르다. 전작 ‘아씨 두리안’에서 시간여행 판타지 멜로물에 고부간 워맨스를 등장시키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선 AI로 살려낸 죽은 아들과 저승사자를 한 장면에 등장시키는 ‘보법 없는’ 전개로 독보적인 작품관을 과시했던 그가 또 한 번 내딛는 새 영역이다.
‘닥터신’ (사진=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처) 신작에서 임성한 작가는 “내가 사랑한 사람의 몸에 다른 영혼이 깃든다면”이라는 무난한 질문을, 현대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뇌 교체 수술’ 소재로 풀어낸다. 수술을 집도하는 건 ‘신기에 가까운’ 실력의 의사 신주신(정이찬)이며, 수술 대상은 그의 약혼녀 톱배우 모모(백서라), 그리고 모모의 엄마 현란희(송지인)이다. 장모와 사위 관계가 됐을 뻔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부터가 도파민을 건드린다.
비범한 캐릭터와 관계성을 연기할 배우 정이찬, 백서라, 안우연(하용중 역), 주세빈(금바라 역), 천영민(김진주 역)은 대개 이번 작품이 첫 주연작이거나 심지어 연기자 데뷔작이다.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임성한이 발탁한 신인이란 믿음도 있다. 작품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서도 임성한 작가는 배우 발탁부터 비주얼을 비롯한 캐릭터 조형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월 크랭크업 전에 3월 편성이 확정된 것은 TV조선이 ‘닥터신’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한 작가는 ‘인어 아가씨’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등 메가 히트작을 통해 시청률 4~50%를 맛보던 2000년대 안방극장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5년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었지만, 2020년대 TV조선 미니시리즈들로 돌아왔다. 그간 OTT의 성장으로 산업이 재편됐고, 사전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인 장르물이 시청자의 눈높이도 바꿨다. ‘닥터신’ (사진=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럼에도 ‘임성한 월드’는 살아남았다. 특유의 대사 스타일이 유튜브·틱톡 등에서 패러디를 양산하며 1020 세대에게도 잘 알려진 터다. ‘닥터신’ 예고편 댓글창에서도 “이 이상 최악있어?” “적응돼, 차차” 같은 대사가 주목받고 있다. 방영 전이지만 ‘닥터신’ 네이버 오픈톡도 개설 5일 만에 채널 방문자 수 7870명(10일 기준)을 돌파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임성한 작가는 기상천외하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이름을 날리며 과거엔 거센 비판을 받거나, 일부 장면으로 작품이 희화화 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신인 캐스팅은 언제나 드라마계의 미덕이었다”며 “파격적인 ‘B급 병맛’ 소재와 빠른 전개 측면에선 MZ세대와 코드를 같이한다. OTT를 통해서도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젊은 세대 시청자와 만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