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싸늘한데 연민이 느껴지는 여자. 배우 박민영이 ‘세이렌’을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 기세다.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를 그만의 소화력으로 연기해 내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밀고 나간다.
지난 2일 첫 방송한 tvN 월화드라마 ‘세이렌’은 보험 사기를 조사하는 한 남자가 용의자로 의심되는 한 여자를 지독하게 파헤치며 시작되는 로맨스 스릴러다. 박민영은 극중 로얄옥션 수석경매사 한설아로 분했다.
‘세이렌’은 다소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오프닝부터 보험 사기 피해자가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부모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녀를 학대하는 등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장면이 다수 나온다. 그러나 극 초반 배경 설명을 위한 이런 장면들만 거치고 나면 빠르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 그 중심에는 단연 주인공 박민영이 자리한다.
‘세이렌’은 한설아의 약혼자인 윤승재(하석진)와 직장 동료인 로얄옥션의 차석경매사 김윤지(이엘리야)가 의문의 이유로 사망하면서 시작되며, 당연하게도 이들과 가까웠던 한설아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한설아는 자신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경찰 출신 보험 조사관 차우석(위하준)의 추궁에 꿈쩍 않는다. 차우석이 더욱 접근해 로얄옥션 미술품 보험 담당자로 입사했을 때도 오히려 “리스크는 직접 관리하는 게 낫죠”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맞받아친다.
사진=tvN
박민영은 매서운 눈빛, 감정을 배제한 표정과 시선 처리로 작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한설아는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사무적인 관계 속에서 오가는 말들이 대부분인데도 박민영은 상대방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앞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회귀 전 암 환자 캐릭터 연기를 위해 체중 감량을 감행해 화제가 된 박민영의 연기 투혼은 ‘세이렌’에서도 계속됐다. 박민영은 캐릭터가 가진 차가운 아우라를 구현하기 위해 식사를 최소화하고, 물만 섭취하는 등 생활 패턴까지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렌’은 박민영의 전작인 지난해 방영한 ‘컨피던스맨 KR’을 떠올리면 더욱 급격한 연기 변신이다. ‘컨피던스맨 KR’에서 박민영은 사기꾼들을 잡는 사기꾼 캐릭터를 연기, 액션부터 코믹까지 안정적으로 선보이며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다. ‘세이렌’에선 코믹함의 극단에 있는 비극에 처한 인물까지 맞춤복을 입은 듯 소화해 냈다는 평가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살려낸 박민영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과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로맨스, 멜로물에 집중했다면 최근 박민영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함으로써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