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5로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 야구대표팀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이 8강에서 멈췄다. 17년 만의 본선 라운드 진출 목표를 이뤘지만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입지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0-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지난 호주를 7-2로 물리치고 '최소 실점률' 규정 덕에 기적 같은 8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콜드 게임 패배 수모를 당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6 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을 거두는 등 황금기를 구가했다. 큰 무대에서 '숙적' 일본을 연달아 격파하며,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넘보기까지 했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고전했어도 KBO리그 규모나 선수 몸값,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한국 야구는 일본과 대만 사이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AG) 이후 국가별 상대 전적을 보면 한국은 일본(20승 22패)에만 근소하게 뒤질 뿐이었다. 대만(21승 13패) 호주(8승 4패) 체코(2승)를 크게 앞섰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5로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제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2013·2017·2023 WBC까지 3회 연속 탈락한 데 이어 2026년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역전패했다. 자력 8강행 진출 가능성이 사라져진 한국은 '경우의 수'를 따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번 대회 총 성적은 2승 3패. 호주와 체코전에서만 이겼고, 일본·대만·도미니카공화국에는 졌다.
물론 이번 대표팀에는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문동주(한화 이글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등 핵심 자원이 부상을 이유로 빠졌다. 그 점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류지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훈련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 야구의 위기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대부터 국제 대회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더 이상 '아시아 야구 2등'을 자부할 수 없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2승 5패로 뒤지고 있다.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호주에 일격(0-3 패)을 허용한 대만은 일본에 콜드 게임패(7회 0-13)를 당할 만큼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런 대만을 상대로 한국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로 무릎을 꿇었다. 대만은 한국을 만나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2023년 WBC 8강에 진출한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을 꺾은 데다 '아시아 최강' 일본(3-4 패)을 상대로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6회까지 1-0으로 앞섰고, 1-4로 뒤진 9회에는 홈런 2개를 터뜨리며 추격했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우리가 앞설 때 1점을 더 뽑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3년 이 대회에서 호주에 7-8로 덜미를 잡혀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대 프로야구리그(ABL)를 창설한 호주는 미국 마이너리그와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꾸준히 배출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은 2015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끝으로 국제 무대에서 중심에 서지 못했다. AG 3연패를 이뤘지만, 한국만 프로 선수를 내보낸 점을 감안하면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시즌 1000만 관중을 불러 모으고 있는 KBO리그는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2026 WBC 대표팀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