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적 데뷔에 이어 르노코리아가 지난달 말 공개한 글로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FILANTE)'. 르노코리아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인 ‘오로라’ 전략 아래 두 번째로 탄생한 이 모델은 첫 인상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에서 출발해 파주 롯데프리미엄아울렛까지 왕복 약 70km 구간을 시승하며 준대형(E-세그먼트)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필랑트의 가치를 직접 확인했다.
눈 앞에 선 필랑트는 묵직하고 컸다. 외관은 중형 SUV인 그랑 콜레오스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전면부의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이 플래그십만의 깊이감을 더하고 있었다. 전장 4915mm, 전폭 1890mm의 당당한 체격은 도로 위에서 팰리세이드나 아이오닉9 등과 경쟁하기에 부족함 없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각적 해방감이 굉장했다. 천장에 적용된 1.1m² 면적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영등포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서도 탁 트인 하늘을 선사했다. 2중 은(Ag) 코팅과 솔라 필름 덕분에 정오의 강한 햇살 아래서도 실내는 안정적인 쾌적함을 유지했다.
특히 '별똥별'을 의미하는 차명에 걸맞게 실내 곳곳에 배치된 디테일이 인용적이다. 앞문 안쪽의 필랑트 로고에는 조명이 더해져 기술적인 화려함 속에 섬세한 감성을 전하며, 별똥별이 떨어지는 듯한 유려한 루프 라인은 여성 운전자들의 감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모습이다.
자유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자 필랑트가 지향하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의 진가가 드러났다. 2820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실내는 성인에게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대시보드를 가득 채운 세 개의 12.3인치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했다. 특히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는 "하이 르노, 파주 롯데아울렛으로 가자"는 음성 명령을 단번에 인식해 경로를 설정했다.
주행 중 동승석 스크린을 통해 OTT를 시청하거나 5G 기반의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장거리 가족 여행에서 큰 강점이었다. 뒷좌석 역시 320mm의 무릎 공간을 확보해 안락함을 구현했다.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에서 필랑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특유의 고요함을 자랑했다.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엔진 부밍음을 효과적으로 상쇄한 덕분이다. 업그레이드된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은 시스템 합산 출력 250마력(ps)의 힘으로 묵직한 차체를 매끄럽게 밀어붙인다.
다만,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함 속 고속 주행 시의 풍절음이 완벽히 차단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모드 주행 시의 정막함 속에서는 바람 소리가 다소 도드라지게 느껴져 아쉬움을 남겼다.
파주 아울렛 인근 좁은 도로와 주차장에서도 필랑트는 듬직했다. 최대 34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실시간으로 주변을 감시했으며, 특히 후방 와이퍼 대신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는 '스마트 룸미러'는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 주어 주행 안정감을 높였다.
르노 필랑트의 가격은 4331만9000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테크노 트림 기준)부터 시작한다. 영등포와 파주를 오가는 여정에서 필랑트가 보여준 정교한 주행 질감과 감성적인 디테일은 준대형 SUV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