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신' 고지원(21·삼천리)은 공교롭게도 제주도에서만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육지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리고 그는 2026시즌 국내 개막전에서 갈증을 풀었다.
고지원은 지난 5일 경기도 여주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더시에나 오픈’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은 고지원의 통산 3승째다. 앞선 두 차례의 우승(2025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S-OIL 챔피언십)은 모두 그의 고향이자 훈련지인 제주도에서 일궈낸 성과였다.
고지원. KLPGA 제공
그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제주에서만 우승하다 보니 많은 분이 육지에서도 꼭 우승해보라고 말씀하셨다”며 “더 시에나 제주에서 코스 레코드를 세운 적이 있다. 이번 우승을 더 시에나 벨루토 CC에서 이룰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13번과 14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서교림(22·삼천리)에게 한 타 차 추격을 허용하는 등 어려운 상황도 이어졌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하는 데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순간이었다.
고지원은 "솔직히 부담이 컸다. 첫날부터 선두를 지키다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지만 이번 대회는 코스 난도가 높았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상황 자체가 계속 의식됐다"라면서 "두 번째 보기가 나왔을 때 마음이 흔들렸는데, 그 뒤로 ‘오늘 할 실수는 다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플레이했다"고 돌아봤다.
고지원. KLPGA 제공
노력 끝에 거둔 값진 우승이었다. 지난겨울 미국 팜스프링스 전지훈련에서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삼천리 이만득 회장님이 정말 좋은 골프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말한 그는 "샷은 작년에도 좋았지만 조금 더 내 스타일에 맞게 다듬어가고 있다. 특히 쇼트게임 연습에 굉장히 집중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가장 성장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우승으로 고지원은 언니 고지우(24·삼천리)의 통산 승수(3승)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장을 찾지 못했지만, 전화로 “지금 좋으니까 화이팅하라”며 묵묵히 동생을 응원했다. 고지원은 “언니가 TV로 잘 지켜보라고 했다”며 웃어 보이며 자매이자 든든한 동료로서의 애정을 드러냈다.
고지우(왼쪽)와 고지원 자매가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육지 우승이라는 숙제를 해결한 고지원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그는 남은 시즌 가장 욕심나는 대회로 '한국여자오픈’을 꼽았다. 내셔널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을 품에 안고, 명실상부한 투어 지배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그는 "시즌 시작 전 목표는 ‘우승’이었지만, 몇 승을 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그런 목표를 세우면 결과에 집착하게 될 것 같아서다. 오히려 매 라운드에 집중하면서 올 시즌은 즐겁게 골프를 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그 목표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라면서도 "굳이 (욕심나는 대회를) 하나 꼽자면 한국여자오픈이다. 이름 자체에서 오는 상징성이 크고 꼭 한 번 우승해보고 싶은 대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