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왼쪽부터), 연상호, 정주리 감독 / 사진=일간스포츠 DB
세계 최대의 영화 축제 칸국제영화제 5월 개막을 앞두면서, 한국영화 초청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0편 초청’ 굴욕을 겪었던 만큼 올해는 명예 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 등은 최근 제79회 칸국제영화 경쟁부문 후보작을 예측 보도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거장들의 신작이 초청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작품으로는 ‘호프’, ‘실낙원’, ‘도라’ 등이 언급되고 있다.
경쟁 부문 후보 유력작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이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외딴 항구 마을을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로, 정체불명의 발견이 보고되면서 마을이 생존을 건 절박한 사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3500만 달러(약 527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2024년 3월 크랭크업한 영화는 여전히 후반 작업 단계로, 출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칸이 아닌 베니스로 갈 것”이란 일부 외신의 보도 속,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말을 아끼고 있다. 만약 ‘호프’가 칸의 부름을 받게 된다면, 나 감독은 ‘곡성’(비경쟁 부문) 이후 두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 나 감독과 함께 영광의 순간을 누릴 주연 배우 라인업에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영화 ‘호프’(왼쪽), ‘군체’ 스틸 / 사진=나홍진 SNS·쇼박스
10년 전 ‘부산행’으로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을 빛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들도 칸이 주목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쇼박스의 ‘군체’와 CJ ENM의 ‘실낙원’이다.
5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일찍이 작업을 완료한 ‘군체’는 ‘부산행’과 동일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내부를 무대로 한다. 영화는 고립된 생존자들이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통해, 초고속 정보 교류 사회 속 무력해진 인간의 개별성을 조명한다. 전지현이 ‘암살’ 이후 11년 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예상 초청 부문은 미드나잇 섹션이다.
김현주, 배현성 주연의 ‘실낙원’은 34만 달러(약 5억원) 규모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로, 캠핑버스 실종 사건으로 사라진 아들이 9년 후 성인이 돼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배급사 CJ ENM이 2026년 유럽 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하는 주요 작품”이라며 “간결한 규모의 스릴러인 만큼, 칸 영화제 사이드바나 감독주간 섹션에 어울리는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도 올해 영화제 초청작으로 거론된다. 정 감독은 2014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 시선 부문에서 데뷔작 ‘도희야’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폐막작으로 다음 소희를 내놨다.
세 번째 장편 ‘도라’는 신체적·정서적 상처를 지닌 한 여성이 바닷가 마을에서 또 다른 여성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으로 전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안도 사쿠라의 첫 한국영화로,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김도연이 함께했다. 해당 작품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올해는 기존의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감독이 아닌 세대교체를 통한 국내 거장 반열에 오른 감독 중심의 안정성과 함께 동시대적 의제와 장르 확장을 얼마나 결합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신이 예측하는 작품들이 초청된다면, 이는 한국영화가 개인 서사를 넘어 집단과 구조,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또 장르와 작가주의가 결합된 흐름이 강화되면서, 한국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담론을 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칸은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라인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최종 후보는 오는 9일(한국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제는 내달 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칸 일대에서 진행되며, 올해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심사위원단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