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최일언 코치의 지도를 받는 왼손 투수 이승현(왼쪽)의 모습. 삼성 제공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왜 왼손 투수 이승현(24)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을까.
박진만 감독은 지난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우천으로 순연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선발 등판한 이승현의 투구 내용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승현은 2와 3분의 2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 11개와 볼넷 8개를 허용했다. 3회 말에는 김도영과 나성범에게 각각 투런 홈런을 내주는 등 총 12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은 모두 자책점.
2021년 데뷔 이후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박진만 감독은 "선발 투수가 로테이션을 돌다 보면 5일의 시간(등판 간격)이 있지 않나. 본인의 훈련 스케줄이나 루틴이나 다 맞춰서 대우받는다. (매일) 힘들게 대기하고 스트레스받는 불펜과 비교하면 왕과 같은 대우인데 (투구 결과가) 납득이 안 간다"며 "그렇게 편차(제구 불안)가 많은 상황이면 벤치에서 믿음이 없다. 당연히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소 비교적 신중한 화법을 유지해 온 박 감독의 인터뷰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발언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
9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는 이승현의 모습. 삼성 제공
이승현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구'다. 9일 경기에선 1회 말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은 뒤 연속 볼넷으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이날 점수를 내주는 고비마다 발단이 된 건 볼넷이었다. 투구 수 92개 중 스트라이크가 47개(51%)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박진만 감독은 "어느 정도 컨디션이 안 좋아도 큰 편차가 나면 쓸 수 없다. 그 정도의 편차가 있으면 5일 쉬고 로테이션에 들어갈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현이 실점할 때 삼성 벤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일부러 오래 (마운드에) 둔 건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선발 투수니까 책임감도 있어야 할 거 같다. (경기) 초반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펜을 소모하면 계획했던 일주일 로테이션이 흐트러질 수 있다. 투수 한 명으로 불펜이 흐트러지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었다"며 "그렇게 해도(최대한 던지게 했는데) 너무 빨리 내려갔다. 투구 수가 90개(실제 92개)인데 3회를 못 버텼다. 선발 투수로서는 최악의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이승현이 경기 중 포수 박세혁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승현은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좌완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은 미미하다. 프로 6년 차인 올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 9일 2군행을 통보받아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박진만 감독은 "앞으로 (2군에서) 착실하게 준비하고 구위가 올라오면 선발이 한 턴씩 빠지는 컨디션에 따라 이승현이 (그 빈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