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라는 폐쇄적인 감옥에 갇혀 있던 인문학을 ‘스크린’이라는 열린 광장으로 끌어낸 영리한 시도가 돋보인다. 신간 ‘팝콘 인문학 수업’은 입시와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가는 세대에게 그들이 향유하는 매체를 매개로 다정한 위로와 지적 자극을 동시에 건넨다. 대중이 인문학을 경원시하는 근본 원인이 ‘지적 태만’이 아닌 ‘형식의 경직성’에 있음을 간파한 저자는 인문학의 문턱을 낮추는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인문학 논술 강사와 두 제자가 영화 속 함의를 대화체로 풀어가는 형식을 취한다. 이는 일방적 훈계의 틀을 벗어나, 인문학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증명하는 효과적인 서사 구조다. 독자는 대화 속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며, 삶의 맥락에서 박동하는 인문학의 생동감을 체험하게 된다.
강사와 제자들이 나누는 담론의 폭 또한 넓고 정교하다. 자존감, 교육, 정체성이라는 미시적 서사에서 출발한 논의는 AI 윤리, 기후 경제, 민주주의의 양극화라는 거대 담론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영화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인문학이 관념적 유희를 넘어, 복잡한 현대 사회를 항해하기 위한 ‘실질적인 생존의 도구’임을 입증한다.
결국 이 책이 지향하는 궁극적 지점은 지식의 양적 팽창이 아닌, ‘성숙한 인간’으로의 질적 도약이다. 팝콘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된 사유는 책장을 덮을 무렵 우리 삶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다. 예리한 감각과 인문학적 깊이가 조화를 이룬 이 책은 막막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사유를 훈련시키는 실용적인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