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박해수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OTT 시리즈 스타일인데 TV서 보여주네?”
법정 심리물부터 누아르 피카레스크, 다음은 범죄 수사 스릴러다. ENA 월화드라마가 올해 상반기부터 색채 뚜렷한 작품을 연달아 타석에 세우고 있다. OTT 시리즈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TV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높은 표현 수위로 과감히 시도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며 ‘장르 맛집’으로 채널을 각인하고 있다.
20일 첫 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더욱 선명하게 OTT에 익숙한 2049 시청층을 겨냥한다.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를 맺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물로, 실제 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주연진에는 OTT에서 익숙한 배우를 전면 배치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중에서도 지난해에만 4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넷플릭스와 함께하며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수식어를 빛낸 박해수가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극중 박해수는 형사 강태주 역을 맡아 연기한다. 상부의 압력으로 서울에서 고향 강성으로 좌천됐지만, 집요한데다 관찰력과 직감이 뛰어난 덕에 일련의 사건이 연쇄살인이란 실마리를 감지하는 인물이다. 진범을 잡기 위해 학창 시절 악연 차시영과 공조하게 되는데, 그를 연기한 배우 이희준과 박해수가 공교롭게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2024)에서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박해수, 이해준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친숙한 면면들과 잘 알려진 사건으로 시청자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다른 신선함을 만드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앞서 SBS ‘모범택시1’를 함께한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와 재회해 완성도를 높였다. 박 감독은 앞서 ‘크래시’(2024)로 ENA 역대 2위 기록에 해당하는 6.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시청률을 견인한 바 있는 ‘흥행 보증’ 패다.
봉준호 감독의 초기 대표작 ‘살인의 추억’과 같은 모티브를 공유한단 우려도 있지만, 박해수는 “‘살인의 추억’은 범인이 잡히기 전이었고, 우리는 범인이 잡힌 이후 끌고 가는 작품이라 캐릭터가 겹치진 않는다”며 다른 새 얼굴을 꺼낼 것을 자신했다.
ENA에게도 다시 찾아온 흥행 시험대면서 채널 브랜딩을 각인시킬 적기다. 올해 이나영 주연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 자체 최고 시청률 4.9%을 기록한 뒤, 지난 14일 종영한 주지훈, 하지원 주연 ‘클라이맥스’로는 2022년 이후 ENA 드라마 최초로 펀덱스 집계 TV-OTT 화제성 지수 1위를 차지했다. 공개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선 방영 기간동안 한국에서 정상을 수성하는 등 OTT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 ‘클라이맥스’ ‘허수아비’ 포스터 이는 ENA 월화드라마를 고정 공급하는 제작사 KT 스튜디오 지니의 유통 채널 다변화와도 관련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이하 ‘우영우’)의 성공을 기점으로 KT 스튜디오 지니는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춘 작품을 기획 개발하고, 실제 흥행도 선방하면서 스타 배우와 감독이 라인업으로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IPTV 독점 공개 방식을 벗어나 작품마다 최적화된 OTT 플랫폼과 파트너를 맺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장르색 짙은 작품도 늘어난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올해 ENA 드라마는 강한 응집력을 가진 마니아 시청층을 겨냥한 경향을 보인다. 공급되는 다른 플랫폼에도 어울리는 하드보일드물에 과감히 투자하고, 연달아 편성하며 다른 채널과 이미지를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다만 요즘은 OTT 시청자들도 장르물보다 가벼운 휴머니즘 드라마에 열광하는 등 선호도가 변화했다. 고정된 제작 파트너가 있는 만큼 콘텐츠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