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방송 캡처 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이 시청률 3%대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며 안방극장 ‘재건축’에는 끝내 실패했다. 하지만 수치 이면의 화제성과 OTT 성적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실패작’보다는 ‘문제작’으로 기억될 듯 하다.
지난 19일 종영한 ‘건물주’는 하정우, 임수정, 심은경 등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인 ‘믿보배’ 라인업을 구축하며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2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이후 2~3%대를 오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전작 ‘언더커버 미쓰홍’이 13%의 고점을 찍으며 화려하게 퇴장한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수치다.
이같은 시청률 부진의 원인으로는 본방 사수 층인 5060 세대의 진입 장벽이 꼽힌다. 평범한 가장이 순식간에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급격한 서사 전개와 냉동창고 납치,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보수적인 시청자층에게는 개연성 부족과 거부감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기업 인사팀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가장 기수종이 너무 쉽게 범죄의 길을 선택한다. 자신의 빌딩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라지만, 친구 민활성(김준한)의 제안에 냉동창고에 갇힌 전이경(정수정)에게 마취 주사를 놓는 일을 덥석 맡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9년 만에 복귀한 하정우의 무게감에 비해 캐릭터가 겪는 윤리적 고뇌의 깊이가 너무 얕았다는 평가다.전교 1등 딸의 뒷바라지라는 설정 역시 초반엔 기수종의 범죄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듯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적인 납치극에 밀려 추진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캐릭터의 윤리적 고뇌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전개에 매몰되면서, TV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방송 캡처 반면 OTT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티빙과 넷플릭스 등 주요 플랫폼에서는 방영 내내 상위권을 지켰고, 화제성 지표인 펀덱스에서도 꾸준히 이름값을 증명했다. 이는 2030 세대의 소비 패턴과 맞물린 결과다. 한 방송 관계자는 “부동산 계급론과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다룬 감각적인 연출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며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된 하이라이트 영상과 6년 만에 한국 드라마로 복귀해 파격적인 악역을 소화한 심은경의 연기 클립이 온라인상에서 재생산되며 OTT 재유입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시청률 재건축에는 실패했으나, 화제성 면에서는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최종회에서 수백억대 자산가가 되었으나 결국 혼자가 된 기수종의 모습과 주지훈을 깜짝 등장시킨 엔딩은, 돈을 향한 처절한 생존극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이 작품은 단순히 부동산 비법을 전수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파헤친 블랙코미디”라고 정의했다. 청순의 대명사 임수정이 남편의 절친과 외도를 저지르는 파격적인 설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 평론가는 “김선(임수정)이 리얼 캐피탈 요나(심은경)에게 약점을 잡혀 기수종 몰래 내통하는 전개 등을 통해 감독은 돈과 욕망 앞에 무너지는 인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건물주’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비춘 논쟁적인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사진=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