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정우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낭만이 듬뿍 담겼다. 지금의 MZ 세대라면 “왜 저래”라고 할 법한 다소 촌스러운 감성까지, 영화 ‘짱구’는 정우가 추억하는 ‘그 시절 낭만’을 끄집어낸다.
영화는 시작부터 명확하게 연출자이자 주연 배우 정우의 시선을 따라간다. 나이트클럽 룸에서 짱구(정우)는 옆에 여자가 앉아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친구 장재(신승호)는 능숙하게 “예쁜 애들로 데려와”라고 말한다. 이어 등장하는 짱구의 첫사랑 민희(정수정). 한눈에 반할 법한 외모의 민희를 본 짱구는 단번에 빠져들고, 이내 뚝딱거리는 태도로 마음을 드러낸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이런 전개가 상징하듯, 영화는 정우가 그려낸 ‘그 시절 낭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임을 단번에 인지하게 만든다. 첫사랑 민희를 그리는 방식 역시 그렇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 까탈스러우면서도 결국 맞춰주는 여성. 때로는 지친 짱구에게 먼저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여자친구다. 전형적이어서 익숙한 ‘첫사랑’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된다.
민희 앞에서 짱구는 한없이 서툴다. 뽀뽀를 할 때 눈을 질끈 감거나, 첫날밤 이후 “남자랑 여자가 바뀐 것 같다”고 투덜대는 모습, “나 사실 남자친구 없어”라는 민희의 말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 방방 뛰는 장면까지. 현실에서는 과장된 설정일 수 있지만, 그 감정의 결을 알기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짱구’는 2009년 개봉해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렸던 영화 ‘바람’의 17년 만의 후속작이다. ‘바람’이 정우가 실제로 다녔던 부산상고를 바탕으로, 1990년대 부산에서 악명 높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짱구’는 그 시절을 지나 배우를 꿈꾸던 무명의 정우까지 이야기를 확장한다. ‘바람’이 거칠고 직선적인 성장기였다면, ‘짱구’는 그 이후의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록에 가깝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배우를 꿈꾸는 짱구가 있다. 수십 번의 오디션을 보며 ‘모래시계’의 명대사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를 반복하지만,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은 현실적인 청춘의 단면을 보여준다.
실제 정우가 과거 영화 ‘실미도’ 오디션을 위해 수영을 연습했던 경험을 녹여낸 장면도 등장한다. 재능보다는 몸과 노력만으로 버텨내는 청춘의 열정이 묻어난다.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운, 다소 무모하지만 솔직한 시절의 초상이기도 하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우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장재와 깡냉이(조범규)는 투박하고 때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들처럼 보이지만, 서울에서 버텨내는 짱구 곁을 지키며 묘한 온기를 전한다. 관객은 어느 순간 이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들의 사투리 연기와 티키타카는 극에 생동감을 더하는 포인트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실패와 좌절을 거치다가 결국 ‘바람’에 캐스팅되는 서사는, 그대로 정우에겐 현실을 추억하는 ‘낭만’이다.
정우의 연출은 과장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세련됨보다는 솔직함에 가까운 연출이다. 일부 장면은 다소 직선적이고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거칠음이 ‘짱구’라는 인물의 정서와 맞닿으며 묘한 진정성을 만들어낸다.
물론 전작 ‘바람’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볍게 웃고, 한때의 감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