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에서 도루 성공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흐름을 보이며 '80% 시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20일 기준 리그 평균 도루 성공률은 78.9%에 이른다.
KBO리그는 한동안 '도루 저효율 시대'를 겪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도루 성공률은 60%대에 머물렀고 2019년에 들어서야 5년 만에 70%대를 회복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졌지만, 지난 시즌까지 75%를 넘기지 못했다. 실제로 최근 수치는 2021년 70.5%, 2022년 70.8%, 2023년 72.4%, 2024년 74.4%, 2025년 74.9%로 완만한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80%에 근접하며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 4일에는 도루 성공률이 무려 82.8%로 집계되기도 했다.
2014년 이후 KBO리그 도루 성공률 추이.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상대적으로 포수의 도루 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다. 리그 대표 포수인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8.3%,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도 18.2%에 머무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 장성우(KT 위즈)는 6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허용해 저지율이 '0%'이다. 다만 도루 저지는 포수 개인의 송구 능력뿐 아니라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 견제, 구종 선택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결과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선별적 도루 시도'를 꼽는다. 주루코치 A는 "올해처럼 타격 지표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시즌에는 벤치에서 무리한 도루 작전을 내기가 조심스럽다. 안타나 볼넷에 의한 진루 확률이 높으므로 굳이 아웃카운트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며 "주자들 역시 투수의 투구 습관을 확실히 파악했거나, 포수가 블로킹에 집중해야 하는 변화구 타이밍 등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스타트를 끊고 있다. 결국 확실한 상황에서만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공률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인천 KIA전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한 최지훈. SSG 제공
투수들의 '구종 변화' 역시 변수다. 배터리코치 B는 "포수들의 송구 능력 자체는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본다"면서도 "각 팀이 투수의 투구 패턴과 견제 습관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도루 성공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구종을 투수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포수가 공을 정확히 포구한 뒤 송구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시간 차가 발생하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루코치 C도 "최근 투수들이 체인지업 계열이나 수직 변화가 큰 구종을 많이 활용하면서 도루 시도 시 주자가 유리한 상황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리그의 높은 도루 성공률은 단순한 포수 약화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전략 변화, 그리고 투수-타자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흐름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경우, '도루 성공률 80% 시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