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거듭된 출루 허용과 실점 등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26)은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잃었다. 격앙된 감정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며 논란이 일었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에 예의 바른 태도를 보여온 그였기에, 그가 선배 앞에서 보인 과격한 행동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원태인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 팀이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2, 3루에서 이영빈을 2루 땅볼로 유도해 타자 주자를 잡아냈으나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막지 못하며 추가 실점했다. 실점 직후 원태인은 다소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고, 중계 카메라에는 그가 욕설을 하는 듯한 장면이 잡혀 논란이 일었다.
과도한 의욕이 불러온 아쉬운 논란이었다. 원태인은 평소 책임감과 승리욕이 강한 선수다. 지난 비시즌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팀에 지각 합류한 점, 그리고 팀의 연승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을 터. 특히 올해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과 해외진출이 달려 있는 선수 본인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원태인에겐 팀의 선두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과 마운드 위에서의 책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배로 다가왔을 터. 위기에 몰려 예민해진 상태에서 눈앞에서 펼치는 상대 코치의 작전 수행은 평소보다 민감하게 다가왔고, 결국 실점과 함께 정제되지 않은 감정으로 표출됐다.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뒤엉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팀 선배 류지혁에게 했던 욕설이라는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신 상대 3루 코치인 정수성 코치와 연결이 되며 파장이 커졌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성적 압박이나 승부욕이 부적절한 태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프로 선수는 경기력은 물론 그라운드 위에서의 행동가짐으로도 평가받는다. 치열한 승부처일수록 감정을 통제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팀의 에이스라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푸른 피 에이스'로 인정 받으며 사랑을 받아온 에이스, 팀의 핵심 투수로서 책임감을 강조해 온 선수인 만큼 이번 일은 뼈아픈 실책이다.
한편 세간의 논란과는 별개로 당사자간의 오해는 빠르게 봉합됐다. 원태인이 LG 트윈스 주장 박해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정수성 코치의 전화번호를 받았고, 20일 오전 정 코치에게 연락해 오해를 푼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