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희준 (사진=일간스포츠 DB) 세상에 같은 악인의 얼굴은 없단 걸 이희준이 증명했다. 새 드라마 ‘허수아비’를 통해 또 한번 악랄함을 변주해 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0일 첫 방송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를 맺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수사 스릴러다. 실제 1980년대 경기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모티브지만, 진범이 검거된 후 시점인 2019년과, 악연으로 얽힌 형사와 검사라는 차별화를 두면서 방영 2회 만에 4.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를 기록했다.
이희준은 악연의 한 축인 차시영을 연기했다. 극중 차시영은 정치인 아버지를 둔 검사로, 깔끔하게 정돈된 외양만큼 일 처리도 확실한 엘리트지만 그 속은 비열하고 폭력적이다. 그 이면을 일찍이 겪은 건, 학창 시절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형사 강태주(박해수)다. 차시영은 거짓 자백을 받아 유력 용의자까지 받아둔 담당 사건에 연쇄살인이라는 새로운 진실을 뿌린 강태주와 팽팽한 재회를 이룬다. 사진=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차시영은 같은 사건 모티브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의 차별점이 집약된 인물이기도 하다. 강태주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기고, 고문·협박성 취조를 빈번히 자행하던 1980년대 검사로 자라나 개인과 사회 양축에서 위계 구조적 폭력을 자행했다. 초반회의 이희준은 그런 차시영이 단순히 강태주와 한 사건을 공조해야할 관계로만 그리지 않았다.
그 악랄함은 그의 섬찟한 눈빛과 장난스러운 미소에서 가장 크게 묻어나왔다. 거짓 자백 유도신문을 하던 차시영이 “눈깔 보니까 알겠네. 완전히 맛탱이 간 눈깔”이라고 말하는 신은 이희준의 눈빛이 그 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강태주를 상대할 땐 잃어버렸던 장난감을 보는 듯 연기했다. 그에게 겁먹어 위협사격까지 했던 강태주의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놀리듯 ‘친구’라고 부르며 다시 곁에 두겠다고 선언할 땐 그 산뜻함이 비릿하게 느껴졌다. 사진=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사진=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이희준은 지난해 박해수와 출연했던 넷플릭스 ‘악연’을 비롯해 ‘살인자ㅇ난감’, 영화 ‘황야’ 등을 통해 다양한 악역을 소화해 온 바 있다. 선역을 맡더라도 악인으로 오해받거나, 피치 못한 상황에 의해 타락하는 인물도 필모그래피에 많았다. 이번 ‘허수아비’는 범죄자라는 명백한 악인이 있고 이희준은 그를 잡아야 할 위치면서 ‘사회악’스럽다는 복합적인 표현을 맡게 됐다. 메가폰을 잡은 박준우 감독 또한 이희준이 표현해 온 ‘양가성’에서 차시영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이희준이 캐릭터 해석에 주요히 반영한 차시영의 과거 서사도 예고된 가운데, 시청자들은 그를 뜻밖의 용의선상에 올렸다. 2회 말미에 담긴 30년 뒤 검거된 진범이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는 모습이 꼭 차시영의 습관과 닮아있던 것. 진실을 모호하게 흔드는 이희준의 연기 설계가 계속 시청자를 붙들어 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