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표 TCG 컨벤션 '프로플레이 서밋 올랜도'에서 열린 쿠키런 카드 게임 첫 공식 지역 대회. 데브시스터즈 제공 전 세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시장의 절대 강자 ‘유희왕’과 ‘포켓몬’이 구축한 견고한 성벽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데브시스터즈가 선보인 ‘쿠키런: 브레이버스’가 지각변동의 주인공이다. 3억명 이상의 누적 이용자를 보유한 강력한 IP(지식재산권)를 앞세워 글로벌 TCG 지형도를 재편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의 TCG ‘쿠키런: 브레이버스’의 2025년 전 세계 유통 계약 카드 규모가 5000만장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80% 증가한 수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0여 개의 카드숍에 입점해 있으며, 서비스 지역도 한국을 넘어 북미·대만·동남아 등 10개 지역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가장 고무적인 대목은 세계 최대 TCG 시장인 북미에서의 성과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200억원 중 75% 이상이 북미 시장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7월 현지 진출 이후 반년 만에 700여 개의 카드숍 유통망을 확보했는데, 이는 현지 유통사가 성공 지표로 제시한 ‘초기 100곳 입점’을 7배를 웃도는 기록이다. ‘유희왕’과 ‘포켓몬’ 등 대형 TCG를 유통해 온 미국 ACD 디스트리뷰션과의 협업이 주효했다.
팝업 스토어 '뉴욕 위드 쿠키런' 매장 내 설치된 포토존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제공
‘쿠키런: 브레이버스’의 흥행 공식은 기존 TCG와 결이 다르다. 삭막한 승부 위주의 시장에 ‘여성’과 ‘가족’이라는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였다. 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쿠키런: 브레이버스 월드 챔피언십’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 세계 10개 지역 대표들이 참여한 이 행사에는 양일간 4500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단순한 경기를 넘어 럭키박스 구매와 MD 상품 수집을 즐기는 페스티벌 형태로 치러졌다.
이러한 캐주얼한 접근은 치밀한 게임 설계에서 비롯됐다. ‘유희왕’의 전설적인 플레이어이자 원피스 카드 기획자로 알려진 시노모토 료가 기획에 참여해 룰 구조는 단순화하면서도 콤보와 시너지의 깊이는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쿠키런’ IP에 친숙한 여성 유저와 입문자들에게는 낮은 문턱을, 기존 TCG 마니아들에게는 전략적 반전의 재미를 보장하며 탄탄한 유저 풀을 확보했다.
최근 데브시스터즈는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 ‘쿠키런: 오븐스매시’가 초기 부진에 빠지며 주춤했다. 하지만 TCG 사업의 안착은 모바일 게임에 편중된 리스크를 분산하는 강력한 ‘함정 카드’가 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실물 카드를 기반으로 한 TCG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올해에도 연간 10회 이상 현지 주요 컨벤션에서 체험 부스와 세미나를 운영하며 북미 유통 네트워크와 상품 공급망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동남아 6개국 출시 1주년 기념 토너먼트와 하반기 유럽 시장 진출로 글로벌 영토를 더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TCG의 핵심인 싱글 카드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메이저 플랫폼 입점도 준비 중”이라며 “플레이 중심 유저와 카드 수집을 선호하는 컬렉터층을 동시에 유입시켜 사업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