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야심 차게 신설한 목요 시리즈 ‘심우면 연리리’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박성웅, 이수경, 이서환 등 탄탄한 내공의 배우들이 출격했지만 ‘주 1회 편성’이라는 징검다리 방송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심우면 연리리’(12부작)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50분 안방을 찾는다. KBS가 주 1회 드라마를 선보이는 건 2021년 금요드라마 ‘이미테이션’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사이 ‘드라마 스페셜’이 주 1회씩 편성된 적은 있지만, 미니시리즈 타이틀을 단 정규 드라마로 한정한다면 사실상 5년 만의 파격적인 시도다.
앞서 2023년 장르 다각화와 탄력적 편성을 이유로 수목극 잠정 중단을 선언했던 KBS는 그간 단막극이나 예능으로 그 빈자리를 메워왔다. 2024년 8월, 김병철·윤세아 주연의 ‘완벽한 가족’을 기점으로 수목극을 재개하며 ‘개소리’, ‘24시 헬스클럽’ 등 여러 작품을 선보였으나 기대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국 2026년 현재, KBS는 다시 한번 ‘목요 시리즈’라는 주 1회 편성 카드를 꺼내 들며 변화를 꾀했다. 사진=KBS2 ‘심우면 연리리’ 방송 캡처 ‘심우면 연리리’ 제작진은 “이번 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보다는 공영방송 KBS가 할 수 있는 따뜻하고 착한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목표 아래 제작됐다”며 “시청자들과 길게 오래 만나 따뜻한 여운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제작진의 말처럼 ‘심우면 연리리’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시골 마을 연리리에 내려온 성태훈(박성웅)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마을 주민들과의 티격태격 케미, 농사에 농도 모르는 성태훈의 배추 심기 등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러나 이런 농촌 드라마 특유의 느긋한 호흡이 주1회라는 편성 시스템과 만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1회 시청률 2.7%로 시작해 점차 하락하더니 5회에서는 1.5%까지 떨어졌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음 주가 궁금할 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심우면 연리리’가 방영되는 오후 9시부터 10시 사이에는 MBC ‘구해줘! 홈즈’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JTBC ‘이혼숙려캠프’, 채널A ‘신랑수업2’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다수 포진해 있는 시간대다. 신규 드라마로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는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MBC, JTBC 제공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시청 트렌드는 한마디로 ‘기다리지 않는 것’”이라며, “주 2회 방송조차 OTT로 몰아보는 추세인 만큼 주 1회 형태의 ‘슬로우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낯선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작비 급등으로 드라마 편수를 줄여야 하는 방송가에서는 적은 회차로 긴 시간을 버티는 이른바 ‘가성비’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SBS ‘국민사형투표’,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JTBC ‘샤이닝’ 등 여러 채널에서 주 1회 편성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성적표는 아쉬웠다. 대부분 시청률은 1~2%대에 머물렀고, 높아야 4% 안팎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펜트하우스3’처럼 성공한 전례도 있지만, 이는 두터운 기존 팬덤이나 강력한 유입 요소가 뒷받침된 특수 사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 2회 편성이 기본값인 시청자들에게 주 1회라는 리듬은 몰입의 흐름을 끊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며 “방송사나 제작사의 여건에 맞춘 편성이 시청자의 오랜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 주 1회로 성공한 ‘응답하라 1997’ 시리즈는 회당 러닝타임이 압도적으로 길었고 ‘펜트하우스3’는 자극의 강도가 매우 셌던 예외적 사례”라며 “작품성이 아무리 좋아도 일주일을 버티게 할 강력한 팬덤이나 장르적 흡인력이 없다면, 주 1회라는 틀 안에서 대중적인 파괴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