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 ‘오딧세이의 항해’라는 타이틀의 단독 콘서트를 열고 1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를 뛰어넘은 관객들 앞에 선 가수 김광진의 솔직하면서도 기분 좋은 인사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첫 곡은 긴 항해의 시작을 상징하듯, 김광진 1집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제일 먼저 녹음한 ‘일보접근’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 뮤직 소속으로 1991년 야심차게 데뷔했으나 당대 혜성처럼 떠오른 가수 신승훈의 등장에 처절하게 묻힌 비운의 앨범이지만 ‘가수 김광진’의 첫 시작을 알린 남다른 의미의 이 곡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께 리듬을 맞췄다.
이번 김광진 콘서트는 대중음악 트렌드 변화 속 꽤나 긴 시간 동안 시장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났던 그가 MZ 세대에 재발견되며 다시 전업 뮤지션으로 달리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모교에서 진행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연세대학교 82학번 경영학과 출신으로 재학 시절이던 1985년,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 교내 가요제에서 김창기와 안치환을 꺾고 대상을 차지한, 이 범상치 않은 천재 뮤지션의 탄생 순간을 ‘셀프 소환’한 그는 “대상 받으면 금방 유명 가수가 될 줄 알았지만 어림없었다”고 자폭하며 관객과 함께 웃었다.
뒤이어 ‘동경소녀’, ‘여우야’, ‘잘 지내나요’, ‘슬픈 내 사랑 안녕’, ‘이별덤덤’, ‘우리에겐’, ‘오딧세이의 항해’, ‘편지’, ‘용서해’, ‘서툰이별’, ‘온리포유’, ‘엘비나’, ‘지혜’, ‘출근’, ‘아는지’와 앙코르로 이어진 ‘진심’, ‘처음 느낌 그대로’ 그리고 ‘마법의 성’까지. 공연은 장장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주옥과도 같은 명곡선 그 자체였다.
그는 특히 가수 이승환에게 선물했던 곡 ‘그가 그녈 만났을 때’의 가사를 다시 써 자신의 앨범에 ‘잘 지내나요’라는 곡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자신의 앨범에 수록하고, 이후 또 한 번 재리메이크해 부른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거듭된 리메이크의 이유에 대해 그는 “더 잘 부르고 싶어서”였다면서 “지금이 제일 잘 부르는 듯 하다”고 노래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광진. 또 지난달 발매한 라이브 앨범의 “내 마음 속 타이틀곡”이라며 더 클래식 ‘이별덤덤’을 적극 어필하며 선보이는 등 공연 중간중간 솔직한 면모로 관객과 소통했다.
김광진의 과거 ‘엘리트 투잡 가수’ 시절 모습도 공개됐다. 더 클래식으로 활동하던 당시 삼성증권에서 근무했던 그의 일과를 담은 사내방송 영상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숫자와 씨름하는 펀드매니저로, 밤에는 방송국 공개방송 무대에 오르는 가수로 활약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의 열정은 그때도 지금도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
예측을 뛰어넘는 독보적 스타일링으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화제가 되는 김광진의 ‘오딧세이의 항해’에서의 패션도 단연 화제였다. 그는 총 3개의 의상을 선보였는데 초반에는 마치 마법사 같은 스타일로 블랙앤골드 톤에 실키 소재 시스루 셔츠와 골드홀 장식이 인상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압도했고, 이후엔 망망대해 여정의 항해에 나선 선장님 같은 의상을 선보였는데, 마치 그 자신이 현재 진행 중인 ‘금빛 항해’를 연상케 했다.
공연은 17일까지 이틀간 성대하게 진행됐다. 최근 딩고뮤직 ‘킬링보이스’에 출연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명곡을 다수 보유했음을 입증한 김광진은 향후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서 대중과 호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