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포럼에 참가하는 양선일 DRX 대표와 무릎 배재민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태권도처럼 e스포츠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양선일 DRX 대표와 무릎(배재민) 철권 프로게이머가 자신 있게 한목소리를 냈다. K-게임의 확장성에 대해 이미 한국은 세계적인 레벨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전망도 밝다고 자신했다.
한국 e스포츠 종주국, 아시안게임서도 위용
양선일 대표와 무릎은 오는 7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그랜드볼룸에서 ‘K를 플레이하라!’라는 주제로 열리는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주최하는 제4회 K포럼(Korea Forum 2026)에 참석한다.
K콘텐츠로서 K게임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양선일 대표는 “K포럼에 e스포츠 팀을 대표해 참여하게 됐는데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은 양궁과 쇼트트랙 대표들처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레벨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1985년생으로 베테랑 프로게이머로 활약 중인 무릎 역시 철권 분야에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다. 20년 이상 국제 대회에 참가해 100회 이상의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무릎은 “많은 분들이 e스포츠 중에 LoL(리그 오브 레전드)과 같은 메이저 게임을 주로 알고 있는데 철권 역시 매력적”이라며 “특히 격투 게임은 직관성이 좋아 부가적인 지식이 없어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릎은 오는 9월 개최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철권8 국가대표팀로 출전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철권8 종목이 처음으로 신설됐다.
무릎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격투 종목인 스트리트 파이터5에서 김관우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페이커(이상혁)가 주축이 된 LoL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 2026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세부 종목은 총 11개다. 한국은 철권8과 LoL, 스트리트 파이터6 등 총 9개 종목에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e스포츠 인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릎은 “종주국인 일본의 우승 예상을 깨고 김관우 선수가 우승해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화제가 되면서 ‘인생 역주행’ 이야기도 나왔다”며 “인기 종목인 LoL의 경우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메달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스트리트 파이터 종목의 금메달 획득으로 인해 DRX도 이 종목 투자를 결정했고, 레샤(신문섭) 선수가 이 종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 선수는 2026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김민규 기자
체계적인 프로리그와 선수 육성 시스템
한국은 체계적인 프로리그 시스템과 선수 육성 등으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양 대표는 “골프처럼 250명의 학생들이 돈을 내고 DRX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게임을 배우고 있다. 유학 프로그램도 다양해 e스포츠를 통해 500여곳의 미국 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게임의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양 대표는 “우리 아카데미에 학부모님들이 오셔서 상담을 많이 받는다. 부모님 입장에서 일반 학원처럼 보내면서 정말 아이의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우 대다수”라며 “등급에 따라서 교육 과정이 다 다른데 최상위권 프로게이머 도전반이 제일 많다”고 털어놓았다.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온 무릎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시대의 변화가 부럽고 신기하기만 하다.
무릎은 “어렸을 때 오락실만 가면 욕을 먹는 시절이 있었다. 게임을 금지시키는 ‘셧다운제’ 법안도 나왔다”며 “이런 시기들을 다 거쳤는데 지금 이렇게 달라진 분위기를 보면 정말 신기하다"고 빙그레 웃었다.
이어 그는 “게임을 하면서 자랐던 이들이 부모가 되니까 확실히 인식이 달라졌고, 지원도 대단하다.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게임 대회를 구경 다니기도 하는 등 확실히 저변이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프로리그 흥행과 선수 육성 시스템 등을 고려한다면 K게임의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양 대표는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리그에서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K팝이나 K드라마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2872억원으로 전년(약 2570억원) 대비 11.8% 성장했다.
양선일 대표는 DRX e스포츠단의 3년 연속 흑자를 이끌고 있다. 김민규 기자 ‘사인하다 대회 출전 못해’ 중동·동남아의 철권 붐
무릎은 36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무릎의 ‘철권TV TekkenKnee’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철권 종목은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필리핀에서 무릎은 유명스타다.
무릎은 “대회장에서 사인을 해주다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며 “사인 요청에 흔쾌히 해주고 있었는데 우르르 사람들이 몰렸다. 페스티벌 분위기에 취하다 보니 선수와 관객, 스태프 등이 다 섞이면서 붙잡힌 경우”라고 털어놓았다.
양 대표는 중동에서의 인기를 체감했다.
그는 “2년 전 무릎 선수를 데리고 아부다비에 쇼 매치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엄청났다. 철권이나 격투 게임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해서 열정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다”며 “중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터넷이 느리다 보니까 플레이스테이션과 X박스로 모여서 게임하는 문화가 발달했고, 철권과 스트리트 파이터의 인기가 높았다”고 부연했다.
철권 대회 중 최대 상금의 매치도 중동에서 열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인 EWC(Esports World Cup)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매년 개최된다. 올해는 중동전쟁 이슈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올해 철권8의 EWC 총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원)다.
'철권은 무릎을 보고 시작한 유망주들이 대회에서 무릎에게 얻어맞는 게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무릎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무릎은 “아직도 격투 게임이 재밌고 또 열심히 하고 있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며 “환갑까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분들도 있어서 힘이 닿는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