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굳게 믿었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지난 9일 경기에서 6안타 3볼넷을 얻고도 2득점에 그쳤던 삼성은 연이틀 빈타에 시달리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2위 KT와의 격차도 2.5경기로 벌어졌다.
무엇보다 중심 타선의 침묵이 뼈아프다. 9일 경기에서 삼성은 테이블세터 김지찬과 김성윤이 꾸준히 출루하며 밥상을 차렸지만, 3번 구자욱-4번 최형우-5번 르윈 디아즈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해결하지 못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에 절묘하게 걸치는 상대 투수의 정교한 제구도 한몫했으나, 타자들이 실투를 놓치는 장면도 잦았다. 10일 경기에서도 8회와 9회 중심타선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으며 패했다.
삼성 최형우. 삼성 제공
6월 전체 기록을 살펴보면 중심 타선의 타격감 저하는 더욱 뚜렷하다. 1일부터 11일까지 삼성 3~5번 타자들의 합산 타율은 0.190(88타수 15안타)으로 리그 최하위권이다. 15타점(리그 6위), 득점권 타율 0.259(27타수 7안타·6위)으로 타율 대비 득점 생산력은 준수하지만, 기회를 살린 횟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 '상수'로 여겼던 중심 타선이 막히면서 팀의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개막 전만 해도 삼성은 '타격의 팀'으로 평가받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홈런왕(50개) 디아즈와 재계약하고, 자유계약선수(FA)로 최형우를 영입하며 파괴력을 더했다. 김지찬과 김성윤이 출루하고, 구자욱-디아즈-최형우-김영웅이 해결하며, 강민호-이재현-류지혁이 하위 타선에서 뒤를 받치는 짜임새 있는 '완전체' 타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 돌입 후 이 완전체가 가동된 적은 손에 꼽는다. 초반부터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성윤, 김영웅, 구자욱 등이 번갈아 이탈하며 100%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다행히 최형우와 류지혁이 중심을 잡고 박승규, 전병우 등 백업 자원들이 공백을 메우며 선두권 경쟁을 버텨냈지만, 6월 들어 기존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마저 동반 하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박진만 감독 역시 "(시즌 전엔) 타순 걱정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최근 고민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장 뾰족한 해법은 없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올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
다행히 희소식은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던 '홈런 타자' 김영웅이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의 상태에 대해 "지난주 마지막 영상 검진 결과 완벽하게 회복됐다는 소견을 받아 기술 훈련에 돌입한다"며 "빠르면 6월 말쯤 1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전 공백이 두 달 이상 길었던 만큼, 퓨처스리그에서 3~4경기 정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웅이 가세하면 삼성 타선은 비로소 구상했던 완전체가 된다. 그동안 대체 선수로 뛰었던 이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타선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영웅이 하위 타선이나 중심 타선에서 뇌관 역할을 해준다면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분산되어 다른 타자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박 감독은 "(김영웅이 돌아오면) 당연히 풀타임을 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선수들이 희생하며 버텼다. 전반기 종료 전까지는 교체 없이 온전히 뛸 생각으로 준비해서 올라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