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야구장 원정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하던 김재윤(36·삼성)은 눈앞의 불펜장을 가리켰다. 청소년 국가대표 포수에서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인생을 바꿔 준 불펜장을 가리키며 김재윤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8일 기준, 김재윤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개인 통산 세이브는 208개. 현역 투수들 중 유일한 200세이브 보유자이자, 통산 세이브 1위다.
당초 김재윤은 마운드가 아닌 홈 플레이트 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고교 생활을 보냈다. 2008년엔 청소년 국가대표 주전 포수로서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뒤에도 4시즌을 안방에서 활약했다.
2008년 제23회 청소년야구대표팀 주전 포수였던 김재윤. IS포토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계기는 2015년이었다. 김재윤은 2012년 미국에서 방출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현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다시 KBO 신인드래프트의 문을 두드려 2015년 KT에 입단했다.
"시즌 시작 전 잠실 연습 경기였다. 조범현 (당시 KT) 감독님이 김풍기 심판님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불펜에서 공을 던져보라고 하시더라. 한 15개를 던졌는데, 마침 컨디션이 좋아서 공이 아주 잘 갔다. 알고 보니 심판님이 내 어깨가 좋으니 투수를 한 번 시켜보라고 감독님께 권유하셨다더라. 그렇게 투수의 길을 걷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아버지도 포지션 전향을 희망하셨고, 나 스스로도 포수로서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다"며 "돌이켜 보면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투수 전향 뒤 김재윤은 KT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며 현재는 삼성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역대 5번째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좋은 감독님들을 만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나 스스로도 마무리 투수를 할 구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를 굳게 믿고 끝까지 맡겨 주신 감독님들의 선택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포수를 계속했다면 8년 전쯤 방출돼 지금쯤 중학교 코치나 불펜 포수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2사 2루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김재윤과 포수 장성우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7.12/
어려운 시간도 많았다. 2024년과 2025년 삼성에서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정상급 마무리 투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는 "마무리 투수는 나 때문에 시합이 뒤집어지면 심리적 타격이 크다. 과거에는 자책감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술에 의존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곁에서 힘들어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위기를 버텨냈다"고도 전했다.
김재윤은 "야구는 70%가 운이라고 생각한다. 구속이나 결정구로 핑계를 대기보다는 맞더라도 과감하게 승부하는 것이 낫다"며 볼넷을 최소화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직접 공략하는 게 투구 철학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강심장이 그를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삼성 김재윤. 삼성 제공
이 페이스라면 김재윤은 데뷔 첫 세이브왕 타이틀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타이틀 자체보다 신뢰도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마무리 투수로서 세웠던 개인적 목표가 200세이브였기 때문에 지금부터의 기록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김재윤은 "타이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시기도 많았기에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한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