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보기를 범하고도 양윤서(18·인천여고부설방송통신고)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추어 선수가 국내 최고 권위 메이저 무대에서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지만, 18세 여고생은 담담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라며 덤덤하게 이겨냈다.
같은 날 일본에서는 14세 중학생이 더 대담한 골프를 펼쳤다. 김서아(14·신성중)는 다른 프로 선수들보다 더 멀리 공을 보냈고, 주저 없이 핀을 향해 스윙했다. 일본 언론이 한국식 표현인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단어를 소개할 정도로 그의 플레이는 강렬했다.
2008년생 국가대표 양윤서(인천여고부설방송통신고)와 2012년생 김서아(신성중), 지난 주말 한국과 일본 여자골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름은 두 명의 아마추어였다.
14일 메르세데스-벤츠 제40회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 출전한 양윤서. 사진=대한골프협회
양윤서는 지난 1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제40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고, 최종 라운드에서도 김민솔과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전날(13일) 3라운드 트리플 보기로 공동 선두를 내준 양윤서는 주눅들지 않았다. 마지막 날 김민솔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타수를 지켜낸 반면, 양윤서는 보기를 감수한 과감한 플레이로 타수를 줄여나가고자 했다.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김민솔은 "(양)윤서가 좋은 모습을 정말 많이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양윤서는 올해 큰 무대를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 선수권 정상에 오른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섰다. 당시 대회 첫날 공동 8위에 올랐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흔들리며 공동 38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전 "메이저 문을 두드리다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챔피언이 될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그는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성장을 증명했다.
14일 끝난 일본여자골프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 출전한 김서아.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김서아. 사진=대한골프협회
김서아 역시 결과 이상의 충격을 남겼다. 같은 기간 일본 고베 로코 국제 골프클럽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은 그의 첫 해외 프로 무대였다. 하지만 긴장은 없었다. 첫날부터 9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고, 나흘 내내 선두권에서 경쟁했다. 평균 271.5야드(약 248.2m)의 압도적인 드라이버 비거리로 출전 선수 전체 1위를 기록했고, 파5 홀에서만 9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김서아는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일본 정상급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양윤서는 담대한 승부 근성으로 한국 메이저 무대를 흔들었고, 김서아는 골프 입문 4년 만에 프로 선수들을 압도하는 파워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비록 우승에는 다다라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한국과 일본 여자골프 팬들이 기억한 가장 강렬한 이름은 두 아마추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