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학자와 배우 하영. 사진출처=IS포토 “누군가 하나가 논란이 되면, 그에게 어마어마한 온라인 폭력이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과거에 국가 폭력이 있었다면, 현재에는 사적 폭력에 의한 사회 논란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자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과 관련해 양극화되고 있는 여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연예인 개인 하나의 논란에 메몰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친일파에 대한 수많은 역사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3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하영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만이 아니라, 연예인이 하나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이미 여론으로 인해 사회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제 하나의 논란은 양측 진영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인물이 보수의 아이콘, 또 다른 사람은 진보의 아이콘이 되면 정치 싸움으로 연결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러한 양측의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사태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두 차례 SNS 글을 올린 것”이라며 “각 시대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면서 올바름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친일에 대해서는 대중과, 정부, 그리고 수많은 역사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수많은 토론 끝에 합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심용환 소장은 지난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를 통해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친일단체 가입 등 일부 친일 행적이 확인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한 인물을 ‘친일파’로 단정하기보단 구체적인 친일 행위를 사료와 연구를 통해 충분히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용환 소장은 안상호에 대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록들에 따르면 안상호의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를 입증하기 힘든 상태다. 그렇기에 ‘친일파’라고는 단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맞다”며 “그러나 그가 일본인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맞춰 생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여러 방면으로 많은 상태라는 의미”라며 안상호의 친일 유무를 한쪽으로 단정짓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완용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그게 이완용이 아니라 누구였든지 간에 그는 치료받고 싶을 만큼 인정받은 엘리트 의사였다. 개인 전문의로도 평판과 실력이 좋아 잘 나가는 의사였다. 당시 역사적 상황 속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하나의 예시로 일제강점기 당시 전라도에는 일본인 대지주가 운영하는 농장이 있었죠. 수많은 조선 농민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갔고요. 대충 보면 당시 일본인 지주와 경제적 관계를 맺은 농민들이지만 실상 안을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그들을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고 ‘항일의 성격’을 띤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런 것처럼 어떤 인물이 일제의 제도와 조직 안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 행위를 했다고 평가하지 않죠.”
심용환 소장은 ‘친일파’의 정의가 현재로서 모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세세히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친일인명사전 하나를 발간할 때도 수많은 역사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다. 학계와 전문가들이 모이고 토론해서 작업하는 것”이라며 “안상호뿐 아니라 다른 인물에 대해서도 여전히 친일 유무에 대한 이야기와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 또한 누군가를 빠르게 친일파로 단정할 수 있다면 일하는 데 굉장히 편할 것이다. 다만 역사학자로서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설명드린 것”이라며 “한 사람의 행적을 친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경계선은 그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모호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료 없이는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범죄만 따져도 중범죄가 있고 벌금형이 있어요. 친일과 관련된 문제 또한 그렇습니다. 교통 법규를 위반해서 딱지가 떼이면 벌금은 내지만 전과에는 남지 않는 것처럼, 친일에도 정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친일과 관련해서도 그 수위를 나누는 작업이 이제 필요합니다. 다만 한 명의 학자가 ‘맞다’ 혹은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공적인 작업이 거쳐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과 정부가 모두 모여 사회적 합치를 이뤄가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