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KBO리그가 새롭게 도입한 아시아쿼터 제도를 둘러싼 관심은 일본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반면 호주 야구는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변방으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아시아쿼터 자격이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리그 참가 선수로 제한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들의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호주리그(ABL)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평가까지 맞물리면서 호주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북반구의 KBO리그 비시즌과 맞물리는 '겨울 리그'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ABL에서 활약하는 상당수 선수가 미국 MLB와 마이너리그 구단 소속인 경우가 많아 국내 구단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선수 풀 역시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이러한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 기준 아시아쿼터 선수 가운데 호주 국적 투수는 웰스가 유일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호주 출신 선수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16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라클란 웰스. LG 제공
웰스는 17일 기준으로 4승 2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아시아쿼터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피안타율(0.204)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05) 모두 수준급. 선발 투수 자원 자체가 드문 아시아쿼터 시장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사실상 외국인 에이스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웰스에 대해 "아시아 선수(아시아쿼터)가 아니라 외국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미국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금 LG에서 웰스가 1선발 아닌가"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웰스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았던 호주 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대만 시장보다 주목도가 떨어졌던 호주 야구가 새로운 인재 공급처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3회초 이닝이 끝나자 웰스가 호수비를 보여준 박해민을 격려하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
정작 웰스 본인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담감은 딱히 없다. 호주에도 굉장히 좋은 투수들이 많다"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호주 출신) 오러클린도 삼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호주 출신 투수들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쿼터 제도가 첫 시즌을 맞은 가운데, 웰스는 뛰어난 성적으로 제도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동시에 호주 야구의 경쟁력을 알리는 선구자 역할까지 수행하며 KBO리그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