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가수이자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 역사를 함께 쓴 인물이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난 옥희는 예술인 집안에서 성장했다. 한국전쟁 당시 악극단에서 활동하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무대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배화여중 재학 시절 가수 현미와의 인연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미8군쇼 관련 오디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1968년 5인조 걸그룹 서울시스터즈의 리더로 데뷔한 옥희는 홍콩과 중동,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공연했다. 지금의 K팝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해외 무대를 누빈 그는 2019년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우리는 세계를 누비던 K팝의 원조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솔로 가수로 전향해 전성기를 맞았다. 1974년 발표한 ‘나는 몰라요’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MBC ‘10대 가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눈으로만 말해요’, ‘어디에 있을 것 같아’, ‘아 그날이’, ‘이웃사촌’, ‘두 손을 잡아요’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옥희의 이름이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홍수환과의 사랑이었다.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옥희와 세계 복싱 챔피언 홍수환의 만남은 세기의 커플로 불릴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딸을 얻었지만 결별했고, 이후 약 16년 만인 1995년 재결합하며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부부는 찬양 앨범을 함께 발표하고 자선 무대에 오르는 등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옥희는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소설 같은 사랑’, ‘돈 때문에’, ‘인생 열차’ 등을 선보였고, 2024년 발표한 ‘고마운 사랑’은 생전 마지막 곡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 신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올해 3월 KBS1 ‘가요무대’에 출연해 ‘정열의 꽃’을 열창하며 건재함을 알렸지만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