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자질을 발산하고 있는 '사직 무라카미' 김동현.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2025)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9위 두산 베어스(102개)보다 27개 적은 75개에 불과했다. 팀 내 최다 홈런은 '콘택트형'에 가까운 빅터 레이예스였다. 13개.
프랜차이즈 레전드 이대호가 은퇴를 예고하고 치른 2022시즌 23홈런을 친 뒤 최근 3시즌 연속 20홈런 이상 친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사이 홈구장(부산 사직구장) 담장은 낮추는 구조적 변화도 단행했지만, 롯데는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올 시즌 입단 2년 차, 스물두 살 신예 외야수가 갈증 해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바로 김동현이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1홈런을 치며 올스타전에도 나선 선수다. 다부진 체격 조건(키 1m85㎝ 체중 100㎏)에서 뿜는 호쾌한 스윙이 시선을 끈다. 지난달 27일 LG 트윈스전에서 자신의 1군 첫 홈런을 때려냈고, 롯데가 5연승을 거둔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4회 롯데가 승기를 잡는 스리런홈런을 쐈다. 11경기 32타석에서 기록한 장타율은 무려 0.593.
이미 데뷔 시즌부터 거포의 틀을 갖춘 김동현이다. 롯데에서 활약한 거포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와 체격 조건이 비슷했고, KBO리그 6회 홈런왕 수상자 박병호(은퇴·현 키움 히어로즈 퓨처스팀 코치)처럼 이동발을 한차례 지면에 찍고 앞(투수 방향)으로 내딛는 타격 자세를 갖추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하면 단연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겹친다. 미디어를 통해 얻은 별명도 '사직 무라카미'다.
김동현은 21일 배동현 상대로 친 스리런포를 돌아보며 "선구안은 자신이 있어 2스트라이크 이후 낮은 변화구에 속지 않으려 했다.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높여 타격했는데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홈런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느 타자들의 '겸손'과 다르지 않았지만, 2년 차 타자가 선구안에 자신 있다고 밝힌 점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동현은 사직 무라카미라는 별명에 대해 "좋게 봐서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실제로 무라카미의 타격 영상을 영상 채널을 통해 보며 참고한다고 한다. 스윙 타이밍, 히팅 포인트 설정에 대해 연구한다고. 무라카미와 자신의 타격 스타일이 비슷한 점을 묻자 김동현은 "힘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밀어서 치는 건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3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롯데 소속 20홈런 타자. 김동현은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가 해내보겠다"라고 재차 자신감을 드러냈다.
롯데 외야진은 포화 상태다. 하지만 '포스트 전준우'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김동현이 지명타자나 대타로 출전 기회를 더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외야 수비 능력은 1군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 실제로 LG와의 5월 마지막 주중 3연전에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범해 팀 패전 빌미를 준 바 있는 김동현이다. 그는 멘털 관리와 수비력 향상 의지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