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남준의 SBS ‘멋진 신세계’ 종영 인터뷰 현장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줍게 빨간 장미꽃을 돌리는 그의 스윗한 인사법에 기자들도 무장해제됐다. 드라마 속에서는 매사 허세 가득하고 “예뻐요. 합격이에요” 같은 대사도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그였기에, 실제로 마주한 수줍음 많고 털털한 모습은 신선한 반전으로 다가왔다.
최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를 기록하며 지난 20일 막을 내린 ‘멋진 신세계’는 허남준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이정표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 2·3, ENA ‘유어 아너’ 등 굵직한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던 그에게 ‘로맨스’라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넓혀준 고마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 허남준, 임지연 (사진=SBS 제공)
허남준 역시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자리에서 “방송 모니터링을 하는데 댓글 중에 ‘내 취향은 아닌데 자꾸 거슬린다’는 반응이 있더라. 그게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며 “무엇보다 넷플릭스 순위가 잘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소회를 전했다. ‘멋진 신세계’는 SBS 금토드라마 최단기로 넷플릭스 공개 첫 주에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쇼’ 주간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허남준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멋진 신세계’를 열어준 이 드라마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이 돼버린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그렸다. 통상 로맨스 작품은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높고, 그만큼 남자 주인공의 비주얼과 매력이 흥행을 견인하는 치트키가 된다. 실제로 앞서 상대역인 임지연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허남준을 위해 조명을 양보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진짜로 임지연이 조명을 양보해 준 거냐”고 묻자, 허남준은 빵 터졌다. 이내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저 역시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은 처음이라 다방면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초반 노출 신을 위해 몸을 키웠다가, 이후에는 수트 핏을 완벽하게 살리려고 다시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깊은 아이홀에서 나오는 사연 있는 눈빛, 묵직하고 울림 있는 중저음 목소리. 여기에 촘촘한 연기력까지 장착했으니 시청자들이 ‘차세계’라는 덫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인터뷰 도중에도 질문 하나하나를 곰곰이 곱씹으며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선 연기를 대하는 진중한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이토록 차세계에 ‘난리’가 났던 걸까. 정답은 단순하다. 내 여자에게만큼은 ‘지독한 순정’이었기 때문. 첫인상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은 냉혈한 ‘철벽남’이었지만, 신서리를 만나며 세상 둘도 없는 직진남으로 변모해 간다.
특히 “어안이 벙벙한가 본데, 그래 한 5분 지나면 손가락 끝까지 찌릿할 거야”, “신서리 오늘 잠 다 잤네. 페로몬 뿜어내는 나 같은 남자한테 안겼는데”, “심장이 쿵 떨어지고 말초신경이 짜릿한 기분 실컷 만끽해 봐” 같은 오글거리는 입덕 부정기 멘트들은 허남준 특유의 뻔뻔하고도 능청스러운 연기와 만나 되레 ‘귀여운 매력’으로 승화됐다.
허남준은 “차세계는 일할 때와 사랑할 때의 온도 차가 확실한 인물이었다. 공적으로는 한없이 직설적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의외로 미성숙하고 서툴다. 그 상반된 틈새가 차세계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본인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한 50에서 7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웃어 보이며 “평소 성격이 기본적으로 까칠한 편은 전혀 아니지만, 은근히 능글맞은 구석이 있는 점은 좀 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