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성영탁(22·KIA 타이거즈)은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전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당시 9-4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4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져 9-10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성영탁은 "점수를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경기는 뭔가 계속 물 흐르듯이 안타를 맞았다"고 돌아봤다.
이틀 휴식한 성영탁은 키움전 7-2로 앞선 무사 1·2루 위기에서 등판,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사 후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승계 주자의 실점이 기록됐지만, 이전 KT전에서의 난조를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투구였다. 성영탁은 "오늘 경기는 잘 끝내긴 했지만 (김)범수 형의 주자를 1점 준 거 때문에 만족을 못 한다. (KT전이) 생각나서 못 던지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 짜증도 나고, 분한 마음으로 올라갔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걸 코치님께서 '마무리 투수는 언젠가 한 번 그런 경기가 나온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코치님께서 잘 다독여 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도 오늘 마지막에 또 믿고 올려주셔서 잘 회복한 거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는 성영탁의 모습. KIA 제공
지난해 5월 20일 1군 데뷔전을 치른 성영탁은 현재 KIA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기존 마무리 정해영이 잠시 주춤한 사이 기회를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으며 자리를 꿰찼다. 불과 1년 만에 팀 내 입지가 확 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1일 발표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야구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 24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어쩌면 KT전은 거침없이 달려온 성영탁에게 하나의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KT전 투구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됐다. 초구 홈런(힐리어드)을 거의 두 번째 맞은 거 같은데 그렇게 안일하게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다. 5점 차 상황이라 마음이 편할 수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23일 고척 키움전을 마친 뒤 한준수와 대화하는 성영탁. KIA 제공
엄청난 중압감을 안고 마운드에 서는 마무리 투수의 고충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성영탁은 "계속 무실점을 하면 좋은 밸런스와 자신감을 갖고 던지지만 한 번 무너졌을 때 멘털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며 "(통산 150세이브를 기록한) 해영이 형이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걸 몇 년 동안 (꾸준히) 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