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과거 백제의 문화유산을 미래로 전승 해나가는 게 후세인으로서 현재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도시 백제가 승리해 21세기에 남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역사 교과서로만 접하던 상상이 AI 기술을 만나 얼마든 구현될 수 있게 됐다. 1500년 세월을 거스르는 다양한 영상은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세대와 국경도 초월한다. 천년고도 유적도 ‘K헤리티지’로 전파될 수 있는 시대다.
정규연 백제세계유산센터 센터장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과거와 달리 현재는 K콘텐츠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관광으로도 연결되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도 해외에서 큰 관심과 고평가받는 시대가 된 만큼 ‘K헤리티지’ 또한 활성화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규연 센터장은 ‘K를 플레이하다’를 주제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주최하는 제4회 K포럼(Korea Forum 2026)에 참석한다. 오는 7월 9일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리는 K포럼은 콘텐츠 및 브랜드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다.
정 센터장은 ‘K헤리티지 : 역사에 다시 숨결을 불어 넣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스테이지3에 패널로 참여해 일본 출신 방송인 타쿠야와 모더레이터를 맡은 틱토커 지또먹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행사에 앞서 진행된 ‘플레이 백제 AI영상 공모전’(이하 ‘플레이 백제’)의 수상작을 함께 시청하면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현대적 재해석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를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국가유산(구 문화재) 행정 및 국제 협력 분야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정 센터장은 지난해 2월 백제세계유산센터에 취임 후, 곧장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하는 중요한 과제를 맡게 됐다. 백제세계유산센터는 기념 행사와 학술대회로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향후 10년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그 한 가지 일환으로 지난해 K포럼에도 참여했다. 당시에는 ‘백제를 브랜딩하라’ 세션에서 백제 시대 옛 수도였던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북도 익산에 자리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치를 알린 바 있다.
올해는 미래 핵심 기술인 AI와 접목해 ‘플레이 백제’ 공모전을 개최했다. 정 센터장은 “AI는 미래세대의 호흡에 맞출 수 있는 활용 매체다.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주는 역사를 AI 영상을 통해 접하게 한다면 글로벌화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로 열게 됐다”고 밝혔다.
제시된 과제는 백제역사유적지구 문화유산과 마스코트 천봉이를 활용해 ‘새로운 백제 세계관’을 창작하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백제 역사를 공부하고, 스스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역사를 모르는 시청자도 매력적으로 느끼고, 유적에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임팩트 있는 작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K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글로벌의 관심이 폭증한 분위기 속 백제세계유산센터도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레이 백제’처럼 공모전 뿐 아니라 해외 현지의 한국문화원에서 전시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멕시코한국문화원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공연과 맞물린 지난 4월부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7월 말까지 ‘백제: 영원 속에 담긴 빛’이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센터장은 “멕시코에서도 한류가 폭발적인 분위기인데 그런 가운데 백제만을 다룬 전시라 뜻깊다”며 “앞으로 국내외에서 어떤 전시체험 기법을 활용해야 홍보 효과가 극대화될지도 이번 K포럼에서 의견과 방안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광 인프라 개발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관광객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게 할 것인가’는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영상과 전시를 통해 호기심을 가진 이들의 발걸음을 실제로 백제역사지구가 위치한 공주와 부여, 익산으로 옮기는 것은 백제세계유산센터의 당면 과제다. 정 센터장은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며 “일례로 하반기 백제궁중혼례를 경험할 예비부부 한 쌍을 모집 중인데, 과거 실제로 마을이 조성됐던 공주 공산성과 공북루를 활용해 전통 복식와 음악, 결혼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유적과 유산을 미래세대로 ‘전승’하는 데는 단순히 원형의 보존과 관리만 고려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리면서 유적과 유산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정 센터장이 ‘플레이’라는 표현에 공감한 것도 이와 닿아있다. 개인이 참여하고, 경험하는 ‘플레이’를 통해 역사에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비전이다.
정 센터장은 “관광객이 유적지구를 자연스럽게 걷고, 그 자체를 콘텐츠로 즐기며 역사를 ‘체득’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며 “관광객에겐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 행사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와도 손해 보지 않고 즐길 거리가 있는 ‘지속 가능한 세계유산’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지난해 K포럼에선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브랜딩을 시도했다면 올해는 이를 AI 기술을 통해 미래세대, 또 글로벌과 ‘플레이’해 봅니다. 이런 참여가 화면 너머 실제 지방 도시와의 상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