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든 내가 갈게. 내 등을 밟고 올라가.” (‘그대에게 드림’ 중)
이런 ‘폭스 남주’라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배우 황인엽이 ‘그대에게 드림’에서 풋풋함과 능글거림 사이 섬세한 완급 조절로 안방에 설렘을 불어넣고 있다.
황인엽이 출연하는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은 꿈을 두고 다시 얽힌 첫사랑 남녀가 재회하는 후일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황인엽은 극중 첫사랑 주이재(이혜리)와 15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어 돌아온 우수빈을 연기했다.
첫사랑 재회물답게 학창 시절 회상신부터 30대 현재 시점이 그려지는데, 황인엽은 이를 무리 없이 아울렀다. 부모가 설계해 둔 의사라는 진로에 고뇌하면서도 주이재와 함께 영화감독을 꿈꾸던 10대 시절 우수빈과 실제로 그 꿈을 이뤄내며 ‘천재’ 수식어까지 단 30대 영화감독 이안 우를 성장에 따른 차이를 둬 표현했다.
우수빈이 주이재에게 반해 휘둘리기를 자처하는 ‘서울 머스마’였다면, 이안 우는 현실에 타협한 주이재를 건져 올린다. 영화감독을 따지 못하는 신포도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등을 밟고 올라가”라며 순수한 진심을 고백하던 소년은, 시간이 흘러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청년으로 성장해 같은 말을 돌려준다.
황인엽은 애정이 묻어나는 눈빛과 무자각 플러팅을 넘어 의도적인 능글맞음으로 진화한 우수빈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재회의 묘미를 살렸다. 특히 황인엽의 중저음은 주이재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물리적 거리를 좁혀오는 우수빈에게 묵직한 매력을 더한다. 여기에 특유의 여우상 비주얼은 커플의 테마인 ‘여우와 신포도’를 더욱 선명하게 구현하며, 3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교복 소화력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황인엽은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보다도 먼저 ‘그대에게 드림’에 올라탔다. 이와 관련 황인엽은 꿈으로 얽힌 첫사랑 소재의 매력과 ‘로코’ 필모그래피를 갖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해 2018년 웹드라마를 통해 배우의 길에 들어선 황인엽은 2020년 드라마 ‘여신강림’을 시작으로 본격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안나라수마나라’, ‘왜 오수재인가’를 거쳐 주연 경험을 쌓은 뒤 ‘조립식 가족’을 통해 짝사랑 감정선을 담백하게 소화하며 로맨스 잠재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친애하는 X’에 특별출연하며 장르물로 우회하는 듯했으나, ‘그대에게 드림’을 통해 본격 첫 로코에 도전하면서 황인엽은 로맨스 남주 입지를 다질 적기를 맞았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반응이 오고 있다. ‘그대에게 드림’은 아시아 전문 OTT 플랫폼 뷰(Viu)에서 공개 첫 주(7월 13일~19일) 인도네시아·태국 1위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6개국에서 톱3에 진입했다. 뷰 측은 자사에서 공개 중인 ‘여신강림’ 등을 통해 구축한 황인엽의 글로벌 팬덤을 흥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황인엽의 ‘그대에게 드림’ 캐스팅은 일본 등 해외 판권 판매 등을 고려한 선택지였으며, 추가 판매 또한 고려 중이다.
다만 국내 시청률은 숙제다. ‘그대에게 드림’은 자체 최고 시청률 2.9%(3회,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를 기록하며 3%를 목전에 두고 고전 중이다. ‘폭스 남주’ 황인엽이 리드하는 케미스트리가 시청률을 날아 올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