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구. 하지만 곽빈(두산 베어스)은 여전히 힘이 넘쳤다.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최형우를 향해 던진 마지막 공의 구속은 무려 157㎞. 6이닝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한 곽빈은 경기 후 "팀의 연패를 끊어낼 수 있다면, 120구까지 던질 수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곽빈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과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13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곽빈은 시즌 9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도 2.64까지 떨어져 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이날 곽빈은 지난 16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열흘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주 비로 인해 경기가 여럿 취소되면서 로테이션이 뒤로 밀렸지만, 곽빈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선발 등판했다.
경기 후 곽빈은 "열흘 만의 등판이라 초반에 영점, 즉 탄착군이 안 잡히는 느낌이었다"며 "그래도 회가 거듭될수록 감이 잡혀 초반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라면서 "삼성 타자들이 워낙 감이 좋아 나도 접근법을 다르게 생각했고, 1회부터 조심스럽게 변화구를 많이 섞어 던졌다"고 복기했다.
두산 곽빈. 두산 제공
이날 등판의 백미는 6회였다. 곽빈은 이날 삼성 타자들의 집요한 승부로 인해 5회까지 투구수가 94개에 달했다. 6회 등판이 다소 불투명했던 투구수. 하지만 곽빈은 정재훈 투수코치와의 의논 끝에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내가 이닝을 길게 끌어줘야 우리 필승조들이 좀 더 수월하게 던질 수 있다는 생각에 6회에도 올라가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지만, 이 이닝에만 19개의 공을 더 던졌다. 하지만 곽빈은 지치지 않았다. 최형우를 상대로 157km/h의 강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마친 뒤 크게 포효했다.
"팀이 연패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반드시 막겠다는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베테랑이신 최형우 선배 앞에서 한 그 세리머니는 진짜 미스였다.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라 살짝 후회된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120구까지는 던질 만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선발 투수로서의 묵직한 책임감도 함께 드러냈다.
두산 곽빈. 두산 제공
선발 투수,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는 다승이나 탈삼진 등 개인 타이틀에 대해 "(개인 타이틀) 욕심은 전혀 없다. 규정 이닝을 던지고 시즌 끝날 때까지 안 다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한 공백에 대해서도 그는 "책임감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 투수진이 워낙 좋기 때문에 투수들을 믿고 다녀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