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귀밑 단발머리로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던 원조 ‘풋사과’ 소녀를 기억하는가. 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은 어느덧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원하는 바를 주저 없이 쟁취해 내는 ‘단단하고 주체적인 어른’으로 성장했다.
2017년 ‘친정’ 같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돌 시절의 ‘티파니’가 아닌 본명 ‘티파니 영’으로 제2의 막을 열었다. 뮤지컬 ‘시카고’ 등을 통해 배우로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온 그는, 최근 인기 웹툰 원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의 주인공 자리를 당당히 꿰차며 자신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티파니 영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이 다채로운 여정을 되짚었다. 특히 올해는 배우 변요한과의 결혼부터 새 소속사에서의 출발까지 유독 굵직한 변화가 몰아친 해였던 만큼,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확신이 기분 좋게 감돌았다.
“확실히 지금의 남편(변요한)을 만나고 안정감을 찾았어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함께할 때는 시너지가 나니까요.”
티파니 영과 변요한은 ‘작품’으로 만난 사이다. 정확히는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이 이들의 오작교였다. 소녀시대 시절부터 특유의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사랑받았던 매력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했다. 인터뷰 내내 남편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내가 원래 오빠 팬이다”, “남편처럼 카메라와 완전히 동기화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거리낌 없이 애정을 쏟아냈다. 그러다가도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자 “이것만큼은 둘만의 순간으로 간직하고 싶다”며 애교 섞인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사진=샘컴퍼니 제공 하지만 이날 변요한을 향한 핑크빛 애정보다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 건, 직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단 1년의 회사 생활로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쑤인 요즘, 혹독하기로 유명한 연예계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티파니 영의 눈빛은 여전히 신입처럼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그 뜨거운 열정이 온전히 쏟아지고 있는 무대는 바로 ‘유미의 세포들’이다. 평범한 직장인 유미와 그의 감정을 움직이는 세포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 유미로 분한 티파니 영은 “창작 뮤지컬이라 더욱 뜻깊다”며 “400화에 달하는 원작 웹툰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한 것은 물론, 인상 깊은 장면들을 직접 출력해 연습실 벽에 붙여두며 캐릭터를 파고들었다”고 남다른 몰입도를 전했다. 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제공 티파니 영에게 뮤지컬 무대는 이미 익숙한 놀이터다. 2011년 ‘페임’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4년 ‘시카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부터 뮤지컬에 매료됐다”는 그는 소녀시대 활동 시절부터 태연과 함께 믿고 듣는 보컬 축을 담당했던 실력파. 배우로서의 활약에 이어 오는 8월 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정규 앨범과 아시아 투어를 앞두며, 티파니 영은 다시 가장 익숙한 무대로 향한다. 오래 기다려온 ‘가수 티파니 영’의 귀환이다.
“새 소속사인 퍼시픽 뮤직 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은 뒤 처음 내는 앨범이에요. 총 11곡이 담기는데, 프로듀싱과 작사에 직접 참여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영화 같은 콘셉트로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쳤고요. 다들 ‘연차가 쌓였으니 이제 안 떨리지 않냐’고 하시지만, 대중 앞에 서기 직전에는 늘 처음처럼 설레고 긴장돼요.(웃음) 그래도 이번엔 든든해요. 남편이 ‘노래 너무 좋다’고 응원해 줬거든요.”
사랑도, 일도, 자신만의 속도로 당당하게 쟁취해낸 티파니 영. 20년 차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아이 같은 설렘을 안고 무대에 서는 그의 진짜 계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