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홒친자’(‘호프’에 미친 사람)들이 SNS에서 뛰어놀고 있다. 영화를 보고 그저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토론하고, 밈을 만들며 ‘호프’의 세계관을 스스로 확장해내고 있다. 작품을 둘러싼 2차 콘텐츠가 또 하나의 관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비무장지대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믿기 힘든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받았다.
‘호프’는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흥행의 중심에는 SNS에서 각종 해석과 밈을 쏟아내고 있는 ‘홒친자’들이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호프’에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설정과 서사가 곳곳에 깔려 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도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관객들에게는 확실한 ‘호’, 또 다른 관객들에게는 확실한 ‘불호’를 받으며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상태다.
외계인들의 정체와 마지막 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목수 양배(음문석)가 죽인 외계인은 누구의 아기인지, 그 아기 외계인은 어떤 존재인지, 황정민과 조인성이 끝까지 살아남는 이유는 무엇인지, 심지어 두 사람도 외계인이 아니냐는 ‘외계인 설’까지.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추측과 해석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홒친자’들은 “이건 내 뇌피셜”이라면서도 제법 그럴듯한 논리를 펼치고, 댓글을 통해 또 다른 해석이 이어지는 등 유희의 장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김단군’ 이러한 현상을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이 유튜버 김단군이다. 김단군은 처음에는 “단순히 액션뿐 아니라 초반부에 긴장감을 형성하는 장면은 우리나라 톱급이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서 중간이다”라며 다소 불호에 가까운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호프’에 대해 이야기하면 할수록 분위기는 달라졌다. 외계인의 존재와 후속작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을 하나씩 짚어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내가 지금 스포를 너무 해서 후속작이 못 나오는 거 아니냐”며 자신의 해석에 과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꽤나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는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소름 돋는다”며 설득당하고 있고, 관련 영상들도 화제를 모았다.
‘홒친자’들의 놀이터는 해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SNS에는 ‘호프’를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밈 또한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 아빠가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을 가져와 “‘호프’는 이런 영화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성기(조인성)가 성애(정호연)의 차에 넘어가는 장면을 패러디해 “아주 개판 진행 중”이라고 적는다. 여기에 ‘무한도전’ 클립들까지 소환돼 영화를 보고 난 뒤의 황당함과 혼란스러운 심정을 대신 표현하는 등 ‘호프’ 밈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러한 놀이 문화 덕분인지 ‘호프’를 향한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개봉 직후만 해도 혹평에 가까웠던 평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좋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CGV 에그지수는 최저 81%까지 떨어졌지만 23일 기준 83%까지 소폭 상승했으며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역시 21일 기준 7.25점에서 23일 7.31점으로 올랐다. 처음에는 불호를 외쳤던 관객들마저 SNS에서 해석을 찾아보고, 밈을 소비하며 ‘홒’며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놀이 문화가 ‘호프’의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홒친자’들의 화력을 등에 업은 ‘호프’가 얼마나 더 많은 관객들을 ‘홒며들게’ 만들어 어디까지 흥행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