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5도는 우습게 넘겨 버리는 역대급 폭염이다. 폭염경보 기준인 35도를 넘어 38도, 심지어 40도 육박하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야구인들조차 이구동성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경문(68)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옛날 대구 시민야구장에 갈 때는 당연히 덥다는 생각을 안고 갔다. 낮 경기도 많아 엄청 더웠고 당시 38도 정도는 됐던 것 같지만, 40도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데뷔해 40년 이상 현장을 지켜온 노장조차 지금의 살인적인 무더위는 낯설다는 말이었다.
얼마 전 환갑을 맞은 이강철(60) KT 위즈 감독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의 상징인 '검빨(검은색+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호령했던 주역이다. 이 유니폼은 특유의 위압감을 자랑하지만, 햇빛을 그대로 흡수해 더위에는 극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유니폼을 입고 10년(1989~1998년)을 뛴 이 감독은 "대구가 인조잔디 구장이라 발밑이 너무 뜨거워 물을 뿌리고 등판할 정도였다"고 옛 더위를 회상했다.
이 감독 스스로 "더위를 잘 안 타는 체질"이라고 밝혔으나, 평상시 더그아웃에서 하던 경기 전 브리핑을 최근에는 에어컨이 있는 라커룸 복도로 옮겨 진행했다. "더운 날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해야 브리핑을 짧게 끝내는데"라는 뼈 있는 농담 속에는 그 역시 지금의 폭염을 버티기 쉽지 않다는 고충이 녹아있다.
OB 베어스 시절의 김경문-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이강철-삼성 선수 시절의 박진만. IS포토/외부자료
그 무더운 대구 인조잔디 위에서 6년(2005~2010년)을 뛴 '국민 유격수' 박진만(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과거 시민야구장 시절엔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천연잔디 구장인데도 이 정도로 뜨거운 걸 보면 선수 시절을 통틀어 전례를 찾기 힘든 역대급 폭염"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앞서 박 감독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을 두고 폭염 속 경기 강행에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영남 지역에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31일 첫 경기는 정상 개시, 1일은 취소, 2일은 30분 지연 개시되는 등 기준 없는 진행이 이어지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 감독은 당시 3연전을 돌아보며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웠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베테랑들조차 처음 겪는 폭염 속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뾰족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BO는 지난 4일 기상청 특보 수위에 따른 세부적인 폭염 대책을 발표했으나, 경기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까지 온전히 통제하지 못해 결국 5일과 6일 경기 취소라는 초강수까지 두게 됐다.
KBO는 6일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연다.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향후 폭염 관련 리그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라운드를 덮친 역대급 폭염을 타개하기 위해 KBO가 어떤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