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셰프들이 해외 현지 식당의 막내로 들어갔다. 그리고 단 5일 만에 자신의 신메뉴를 올려야 했다. tvN 예능 ‘언더커버 셰프’는 이 드라마 같은 설정을 차분하면서도 흥미로운 예능 언어로 풀어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달 23일, 6.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라는 굵직한 기록을 세우며 웬만한 인기 드라마 못지않은 성적으로 첫 시즌을 마쳤다.
‘언더커버 셰프’를 연출한 홍진주 PD와 윤알음 작가는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났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돌아보는 표정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사진=CJ ENM “시작은 ‘과몰입’이었어요. 출연진이 완전히 빠져들 수 있는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해외에서 변질된 K푸드가 유통된다는 뉴스를 접했죠. ‘우리가 직접 혼쭐내러 가보자!’ 했던 작은 아이디어가 ‘언더커버 셰프’의 시작이었습니다.” (홍 PD)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 편과 남프랑스 편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무작정 해외로 떠났다. 이탈리아 파르마와 나폴리, 중국 청두의 식당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메뉴판을 분석하고 모든 요리를 맛봤다. 식당 사전 조사에만 무려 3개월이 걸렸다.
“셰프님들이 직접 몸담을 곳이니까 식당의 맛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막상 갔는데 ‘여기 별로인데?’ 싶으면 진심으로 몰입하기 어렵잖아요.” (윤 작가)
“저는 아직도 그때 이탈리아에서 하도 파스타를 먹어서 난 여드름이 안 사라지고 있어요. 그만큼 진짜 맛집을 찾으려고 진심을 다했습니다.” (홍 PD) 사진=tvN 제공 고심 끝에 이탈리아 2곳, 중국 1곳으로 장소를 정한 뒤 샘 킴, 권성준, 정지선 셰프를 현지 식당의 막내로 투입했다. 샘 킴은 ‘희태’, 권성준은 ‘샘 권’, 정지선은 ‘써니’라는 가명을 썼다. 농부 출신, 격투기 출신 등 가짜 배경까지 세팅해 정체를 숨겼다.
홍 PD는 “셰프들이 식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콘셉트가 1차적으로 필요했다”고 설명했고, 윤 작가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에 이름을 검색했을 때 정보가 나오지 않게 철저히 정체를 숨겨야 했다”며 ‘언더커버’ 설정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강조했다.
혹시나 정체를 속인 설정 때문에 현지 식당 측이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제작진이 촬영 전 몇 주 동안 현지 식당을 드나들며 깊은 신뢰를 쌓은 덕분에 훈훈한 그림이 나왔다. 게다가 현지 직원들은 ‘셰프 출신이 아닌 막내들을 한국에서 멋진 셰프로 살아남게 해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특히 이탈리아 파르마의 경우, 막내가 나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권성준 셰프를 누구보다 예뻐해 줬어요. 권 셰프와 함께 일했던 안토니오 선배는 ‘내가 살 집까지 구해주겠다’며 이직 제안까지 했었죠.” (윤 작가) 사진=tvN 제공 세 셰프의 각기 다른 가치관과 성격도 시청 포인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샘 킴 셰프님은 본인의 진짜 막내 시절을 되게 기분 좋게 추억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누구보다 ‘찐 막내’처럼 완벽히 몰입해서 날아다니셨죠. 반면 정지선 셰프님은 고전적이고 확실한 ‘FM 스타일’이었고, 권성준 셰프님은 가장 어린 만큼 요즘 MZ세대를 잘 대변해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홍 PD)
제작진의 ‘촉’은 들어맞았다. 세 셰프는 신메뉴 올리기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5일 동안 재료 다듬기부터 주방의 꽃이라 불리는 화구 잡기까지 한 단계씩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세 명 모두 최종 신메뉴 등재에는 실패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만약 저희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이었다면 결과가 제일 중요했겠죠. 하지만 저희는 휴먼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요. 출연자들의 진짜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었거든요. 한마디로 스타 셰프들의 초심 찾기 여행이었던 셈이죠.” (홍 PD)
“최종 미션까지 성공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겠지만, 미션 성공만이 ‘언더커버 셰프’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마저도 온전한 매력으로 담길 수 있었습니다.” (윤 작가) 홍진주 PD (사진=CJ ENM 제공)윤알음 작가 (사진=CJ ENM 제공) 방송 당시 펀덱스 TV 비드라마 화제성 상위권에 오른 것은 물론, 샘 킴과 정지선 셰프는 출연자 화제성 순위까지 싹쓸이했다. 제작진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선명하게 닿았다는 증거다.
‘언더커버 셰프’는 이러한 뜨거운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스핀오프 제작을 확정했다. 올해 방영을 목표로 준비 중인 이번 스핀오프에는 이탈리아 파르마와 나폴리, 중국 청두의 현지 ‘선배’들이 역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홍 PD와 윤 작가는 여름 휴가까지 반납하며 스핀오프 기획에 몰두 중이다. 이들은 “선배들을 한국 식당에 어떤 식으로 투입시킬지, 아니면 또 다른 재미난 방향으로 풀어낼지 한창 신나게 회의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