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 오태곤. 주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이숭용 SSG 감독은 "소금 같은 존재"라고 극찬했다. SSG 제공
오른손 타자 오태곤(35·SSG 랜더스)에게는 흥미로운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9시의 남자'다. 오후 6시 30분 시작하는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뒤, 경기 후반 승부처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는 그의 역할을 빗댄 표현이다.
사실 대타 성적만 놓고 보면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다. 29일 기준으로 오태곤의 대타 타율은 0.167(30타수 5안타)이다. 그런데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감이 있다. 팀에 부족한 오른손 타자로서 대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대타 이후 교체 없이 1루수나 외야수로로 투입돼 수비를 보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이숭용 SSG 감독은 그런 오태곤을 "소금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베테랑 오태곤의 타격 모습. SSG 제공
오태곤은 "팬들이 직접 만들어준 별명이라 기분 좋고 애착이 있다"며 "솔직히 야구는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를 믿고 기용해 주는 만큼, 언제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곤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대타 안타(8개)를 기록했다. 최근 두 시즌 대타 안타가 13개로 부문 4위. 올해 다소 부침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팀 내 첫 번째 대타 옵션으로 꼽히며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유니폼에 '캡틴'이라는 문자를 넣고 경기를 뛰고 있는 오태곤. SSG 제공
오태곤은 "대타는 단 한 타석에 모든 걸 걸어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벤치에 있을 때 경기 흐름을 미리 읽고, 상대 투수가 어떤 결정구를 주로 던지는지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며 "선발로 나가지 않더라도 더그아웃 뒤에 있는 작은 실내 타격장에서 주전 선수들과 똑같은 루틴으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회, 3회, 5회 등 이닝 중간중간 한 번씩 (실내 타격장에서) 배팅한다"며 "팀 수비 시간에도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가벼운 조깅을 하거나 몸을 풀면서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태곤은 프로 17년 차 베테랑이다. 올해는 팀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중책까지 맡았다. 줄어든 출전 기회가 아쉽지는 않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오태곤은 "팀 승리가 우선이다. 또 젊은 후배 선수들이 좋은 기회를 받아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고 틈을 메워주는 역할도 팀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내 위치에서 팀의 승리를 돕는 '이 역할'이 중요하고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소금'이라고 평가를 해준 만큼, 앞으로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