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2사 3루 득점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류지혁이 쓰러진 것이다.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달려간 트레이닝 코치가 류지혁의 상태를 살핀 뒤, 곧 두 팔로 'X'를 그렸다.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류지혁을 대신에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내야수 양우현이었다. 설상가상 볼 카운트는 1-2로 타자에게 불리했던 상황. 하지만 양우현은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불리한 볼 카운트, 못 쳐도 된다'는 편안한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 결과, 양우현은 8구 승부까지 이어간 끝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 3루 주자 구자욱이 홈을 밟으면서 귀중한 리드를 가져올 수 있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6-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3연승을 달리며 같은 날 승리한 2위 KT 위즈와 1.5경기 차를 유지했다.
삼성 양우현. 삼성 제공
KIA 선발 시라카와에게 3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삼성은 4회 말 무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르윈 디아즈가 병살타를 쳐내면서 1득점 뒤 2사 3루가 됐다. 설상가상 류지혁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대량 득점의 기회가 그대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때 양우현의 방망이가 번뜩였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적시타로 이어졌고, 삼성은 1득점에 그칠 수 있었던 무사 만루 찬스에서 귀중한 1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가져왔다.
경기 후 만난 양우현은 "(류)지혁이 형이 공에 맞자마자 몸을 풀었다. 그런데 타석까지 나가라고 해서 급하게 나갔는데, 준비도 제대로 안 한 상태였지만 마음 편하게 나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주전 선수는 아니다. 어느 상황에 나가도 이 팀에 도움이 돼야 제가 여기(1군)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뒤에서 계속 준비하고 연습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삼성 양우현. 삼성 제공
이날 귀중한 적시타로 양우현은 중계방송사 중 하나인 티빙 인터뷰에 참여했다. 인터뷰를 하러 나가는 양우현을 보며 무라카미 타카유키 타격 코치가 장난을 쳤다. 양우현의 인터뷰가 놀랍다는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은 뒤 양우현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에 양우현은 "무라카미 코치님은 물론, 박한이 코치님도 제가 많이 다가가고 저한테 많이 다가와 주셔서 안 좋은 부분이나 좋은 부분, 이런 걸 되게 많이 지도해 주시고 있다.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코치님들께서 괜찮다고 연습하면 된다고 해주셔서, 코치님들 덕분에 오늘 또 안타도 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다행히 경기 후 류지혁의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에 따로 가지 않았다. 다만 삼성은 다음주에 내야수 이재현이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내야진에 공백이 있을 예정이다. 양우현이 중용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양우현은 "(이)재현이가 빠지는 상황이지만, 전반기 때도 주전 선수들이 많이 부상 당하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많이 해왔다. 재현이가 빠졌다 한들, 그 빈자리가 티나지 않게 잘하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흙이 가득 묻은 그의 유니폼을 보고 '흙니폼'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렸을 때 부터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은 더러워야 된다'라고 배우고 운동을 했다. 매일 경기에 나가서 흙이 다 묻을 수 있는 유니폼으로 (하루를) 끝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